마켓인사이트 5월12일 오후 4시27분

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PEF)의 유사 대출(부당 투자 권유) 행위에 대해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PEF 운용 인력에 대한 사상 첫 징계다. 하지만 업계는 징계 수위가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PEF에 대한 규제 완화를 앞두고 금감원이 PEF업계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마켓인사이트] 금감원, 자베즈·G&A에 징계안 통보
○금감원, 유사 대출 행위에 ‘철퇴’

12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자베즈파트너스, 하나대투증권, 글로벌앤에이(G&A)어소시에이츠 등 국내 PEF 운용사에 대한 제재 안건을 오는 21일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자베즈는 두 명의 현직 대표에 대해 중징계(해임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 조치를, 회사는 경징계(기관경고-주의적 기관경고) 조치를 각각 통보받았다. 금감원은 이 가운데 문책경고와 기관경고의 처벌 수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A와 하나대투증권도 각각 중징계와 경징계를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징계 여부와 수위는 심의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다.

이번 제재는 지난해 6월 PEF 업계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자베즈와 G&A는 원금 또는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펀드 투자자(LP)를 유치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272조6항)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PEF가 은행처럼 대출을 하지 말고 기업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투자 업무를 해야 한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자베즈가 MG손해보험(옛 그린손해보험)을 인수할 당시 핵심 투자자였던 새마을금고가 다른 LP들에게 수익률을 보장하는 약정을 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G&A는 이베스트투자증권(옛 이트레이드증권)의 최대 투자자인 LS네트웍스가 다른 LP들에게 일정한 수익을 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G&A는 하나대투증권과 함께 펀드 등록 후 6개월 이내 PEF 운용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는 시행령 규정(297조의 2)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규제 완화 앞두고 PEF 길들이기?

이번 조치는 금감원이 PEF의 유사 대출 관행을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제재 대상자들은 징계 수위가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문책경고의 경우 임원에 대한 5단계 징계 수위 중 해임권고, 직무정지 다음으로 무거운 제재안이다. 당장 직무가 정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LP들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일부 운용사는 향후 행정소송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LP들 간 수익률 보장약속을 이유로 PEF 운용사를 징계하는 것은 무리한 법 해석이라는 항변이다.

특히 자베즈는 오릭스PE코리아와 함께 현대증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민감한 시점에 제재안이 상정돼 크게 당혹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조금융을 위해 PEF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금융위원회 정책방향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형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펀드 등록 후 6개월 이내 투자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는 규정은 PEF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령 때문에 성급하게 투자에 나서면 부실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국민연금과 대기업이 공동으로 해외 기업 인수에 투자하는 코퍼릿파트너십펀드 상당수가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좌동욱/하수정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