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인트] 올림픽·월드컵 시청권 직권조정으로 보호한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방송매체 이용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TV 수상기 보유율은 96.4%로 TV가 가장 보편적인 미디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다양한 스마트 기기 보급으로 다기능 미디어의 이용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하루 평균 2시간52분가량 TV를 보며, 특히 귀가 후 TV 이용률은 50.4%로 국민의 절반이 저녁 시간대에 TV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한국 TV의 끊임없는 진화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방송 콘텐츠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된 ‘꽃보다’시리즈가 지상파 방송 시청률을 넘어서는가 하면, 대외적으로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나는 가수다’ 등과 같이 프로그램 형식을 수출하는 ‘포맷 수출’이 활발해지는 등 방송 한류를 통해 막대한 경제·사회문화적 효과가 창출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 포화에 따른 사업자 간 갈등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1년과 2012년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사업자 간 방송 채널 재송신에 관한 협상 결렬로 방송이 중단되고, 2014년에는 월드컵 재송신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는가 하면 현재도 이와 관련된 10여건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방통위는 이런 방송 환경 변화에 대응해 우리 국민 생활의 필수 요소인 TV 시청권이 위협당하지 않도록 분쟁조정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달 29일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에서는 방송사업자 간 분쟁으로 인해 올림픽월드컵과 같은 국민 관심 행사 등에 관한 프로그램과 지상파 방송채널의 송출이 중단될 우려가 있을 경우 당사자의 조정 신청이 없더라도 분쟁조정위원회가 직접 조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직권조정제도를 도입하고, 국민 관심 행사 프로그램과 관련해 사업자 간 분쟁이 있는 경우 방통위에 재정(裁定)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조정’과 ‘재정’이 이뤄지면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갖게 돼 사업자들의 소송비용 등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는 별개로 올림픽월드컵 프로그램이나 지상파 방송채널의 송출이 중단됐거나 송출 중단이 임박한 상황에서 방통위가 국민의 시청권을 보호하기 위해 방송사업자에게 일정 기간 방송을 유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내용들이 시장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시장의 문제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맡기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울 수 있겠지만 방송처럼 그 결과나 피해가 직접 다수의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기왕의 분쟁과 소송사례들을 감안하면 국민의 시청권 보호를 위해서 적극적인 ‘조정자’로서의 정부 역할이 요구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정부가 ‘조정자’로서의 역할에 나선다고 해서 사업자들에게 조정이나 재정 결과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며, 당사자들이 이를 수락해야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이번 방송법 개정을 통해 방송시장에서 발생하는 분쟁이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해결됨으로써, 앞으로는 시청자들이 시청권 위협 없이 지상파 방송과 올림픽월드컵 프로그램을 언제 어디서나 안심하고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기주 <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