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3일 오후3시29분

[마켓인사이트] 미래에셋, 금호산업 매각 주도…1조 vs 6007억 차이 좁힐까
금호산업 대주주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금호산업 매각 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전망이다. ‘헐값 매각’에 반대했던 미래에셋이 금호산업 매각의 주도권을 쥐게 되면서 협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최근 미래에셋 측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70)과 진행할 금호산업 매각 협상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미래에셋이 금호산업 단일 주주 중 최대 주주(8.55%)인 데다 대형 인수합병(M&A)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 등을 고려한 조치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은 산업은행과 함께 금호산업 매각 협상에 직접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작업에 관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나설 경우 박 회장과의 협상이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래에셋이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산업이 보유한 자산가치만 따져도 채권단 투자 원금인 1조원을 훨씬 웃돈다”고 목소리를 높여왔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은 2009년 말 금호산업이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추진할 당시에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아시아나항공 등 주력 계열사를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 금호 측 반감을 사기도 했다.

반면 박 회장은 호반건설이 지난달 28일 본입찰에서 제안한 인수 가격(6007억원)을 ‘협상 출발점’으로 삼고 있어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최대주주(60.19%)인 박현주 회장(57)과 박 회장이 광주일고 선후배 사이인 데다 일부 채권단이 금호산업의 가치를 기대치(1조원)보다 낮게 판단하고 있어 협상결과를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호산업 매각 가격을 확정하려면 전체 55개 채권금융회사로부터 75% 동의(의결권 기준)를 얻어야 한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관계자는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PE의 경영에서 배제돼 있는 만큼 금호산업 협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 내부에서는 박 회장과의 협상이 무산될 경우 박 회장에게 위임한 금호산업 경영권을 회수한 뒤 재매각을 추진하는 ‘플랜 B’(대안)도 검토 중이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 지분 우선매수청구권과 회사 경영권을 동시에 갖고 있는 상태에서는 재매각을 위한 입찰 때도 참여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