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포모사본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포모사본드는 외국기업이 대만 자본시장에서 대만달러가 아닌 다른 국가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최근 1년간 시장 규모만 13배 이상으로 커졌다.

2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발행된 포모사본드는 총 240억달러(약 25조7700억원)다. 전년 18억달러 대비 13.3배로 늘었다. 올 들어서도 이날까지 이미 132억달러가 발행됐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지금 추세라면 연말까지 발행액이 4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포모사본드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에 대해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만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과 싼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외국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라고 풀이했다.

포모사본드 시장은 2006년 문을 열었지만 2012년까지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상황이 바뀐 건 2013년 초 대만 정부가 중국 위안화 표시 포모사본드 발행을 허용하고 작년 6월 대만 보험회사의 해외 투자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다.

중국계 기업이 딤섬본드(홍콩에서 외국기업이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를 발행, 자금을 조달할 때 적용되는 금리는 평균 연 4%대 초반(작년 말 기준)이다. 위안화 표시 포모사본드는 연 3%대 초반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발행수수료가 0.2~0.3%포인트가량 싸 조달 금리가 낮은 데다 대만 정부의 보험회사 해외 투자 규제 완화로 포모사본드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모선영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달러로 자금이 필요한 기업은 위안화 표시 포모사본드를 발행한 뒤 달러로 바꾸면 각종 비용을 감안해도 직접 달러로 발행하는 것보다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국 금융그룹 HSBC는 올해 포모사본드 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뒤 수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모사본드 발행 기업의 국적과 업종은 다양해지는 추세다. 작년까지는 금융회사가 대부분이었다. 올 들어서는 통신, 식품, 부동산업체까지 뛰어들었다. 미국 등에 한정됐던 발행 기업의 국적도 프랑스 영국 호주 말레이시아 등으로 확대됐다.

대만 정부는 개인투자자들이 포모사본드에 투자할 수 있는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한국 기업도 포모사본드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도로공사,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포모사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 포모사본드

formosa bond. 대만 자본시장에서 외국 금융회사나 기관이 대만달러가 아닌 다른 국가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포모사는 대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1517년 태평양을 항해하다 대만을 방문한 한 포르투갈인이 경치에 감탄해 아름다운 섬(ilha formosa)이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