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이노션은 지난달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나누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주식 수를 10배로 늘려 거래량을 키우는 게 향후 주가 상승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인 토니모리와 SK D&D, 경보제약 등도 최근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을 200~1000원으로 쪼개 액면분할 흐름에 동참했다.

몸집을 줄여 거래량을 늘리려는 추세가 확산하면서 액면분할주가 주목받고 있다. 액면분할이 거래량 증가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주주친화 정책이라는 점에서 주식시장에서 재평가받는 분위기다.

◆1분기 6곳 액면분할…저액면주 시대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분기 액면분할을 결정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6곳이다. 2013년(총 5곳)과 지난해(6곳) 연간 액면분할 기업 수보다 많다.

저액면주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고가주인 아모레퍼시픽의 영향이 크다.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액면분할(5000원→500원)을 결정한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주가는 액면분할 계획을 공시한 3월3일 286만원이었지만 40여일 만인 지난 21일 388만4000원으로 뛰어올랐다. 이 회사는 액면분할로 변경상장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거래정지(4월22일~5월7일)됐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이 주당 300만~400만원짜리 고가주를 사기엔 부담이 된다”며 “아모레퍼시픽이 다음달 8일 재상장하면 기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가 대거 주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액면가 100~500원짜리 기업들의 주가 상승도 액면분할의 촉진제로 작용했다. 2010년 이후 액면분할을 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3곳을 조사한 결과 분할 후 1년 동안 주가가 평균 30.7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액면가를 5000원에서 200원으로 나눈 제일기획은 이날 종가가 2만3900원으로, 분할 직후보다 81.7% 뛰었다. 액면가가 500원인 현대그린푸드는 같은 기간 93.1%, 녹십자홀딩스는 107.5% 상승했다.

◆개인거래 분할 후 6.9배 늘어

최근 주식시장에선 우량기업들의 액면분할이 활발해지면서 저액면주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있다. 과거엔 주가가 높을수록 ‘황금주’로 불리며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에 비해 저액면주는 실적이나 재무구조, 성장 가능성 등에 상관없이 규모가 작은 상장사로 평가돼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주주의 다양성, 주주친화정책 등 측면에서 액면분할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저액면주도 실적이나 성장성 등에 따라 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액면분할 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2010년 이후 53곳 기준)의 연평균 거래량은 분할 전과 비교해 189.09%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거래물량이 분할 전보다 6.9배 늘었다. 액면가 5000원짜리 삼성전자는 개인거래 비중이 10.8%인 데 비해 저액면가인 삼성SDS(액면가 500원)와 제일모직(100원)은 개인거래 비중이 각각 62.8%, 73.3%에 이른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관계자는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자발적으로 액면가를 낮추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사상 초유의 저금리 기조로 주식시장이 개인들의 대안 투자처로 떠오른 만큼 주주친화 정책을 실행하는 액면분할 기업이 더욱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