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글로벌 유동성 '파티'를 즐기며 2170선을 돌파했다. 외국인이 그동안 낙폭이 컸던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쓸어담으며 코스피의 주행속도를 높였다. 기관도 모처럼 순매수 행진에 동참하며 힘을 보탰다.

과열 우려가 번진 코스닥지수는 이틀째 내리막 길을 걸으며 닷새만에 700선을 반납했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9.52포인트(1.38%) 뛴 2173.41에 장을 마쳤다. 앞서 미국 증시는 주택 지표와 기업 실적 호조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이틀동안의 숨고르기를 끝내고 2150선 위에서 상승 출발한 코스피는 외국인이 꾸준히 매수 규모를 늘리면서 상승폭을 함께 키워갔다. 오전 중 2160선을 회복한 코스피는 오후 들어 더 강해진 외국인 매수세에 2170선까지 잇따라 뛰어넘으며 장을 마쳤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간밤 미국 유럽 증시가 오르는 등 국내 증시 뿐아니라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유동성 수혜를 누리고 있다"며 "이날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주도적으로 대형주를 사들이며 유동성 장세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3거래일째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외치며 대형주를 중심으로 4486억원 어치를 담았다. 기관도 9거래일만에 '사자'로 돌아서 317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만 나홀로 4601억원을 순매도했다. 프로그램은 차익 순매도, 비차익 순매수로 전체 468억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의약품 비금속광물 건설 의료정밀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올랐다.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크지 않았던 섬유의복과 은행이 각각 9%, 7% 넘게 오르며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은 대장주 삼성전자를 제외하곤 대부분 올랐다. 제일모직이 12% 넘게 급등하며 시총 6위로 뛰어올랐고, 삼성에스디에스신한지주 삼성생명 등도 4% 안팎으로 강세였다. 제일모직의 주가 급등은 한진칼과 정석기업의 합병 발표 이후 지배구조 관련 이슈가 재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시총 상위주들은 실적과 상관없이 동반 상승세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개장 전 1분기 호실적을 내놓은 SK하이닉스가 1% 상승했고, LG디스플레이도 양호한 실적 소식에 2% 올랐다. 현대차는 실망스러운 성적 발표에도 3% 강세였고, 전날 실적 부진 여파에 주춤했던 포스코도 3% 반등했다.

코스닥지수는 이틀째 1% 넘게 하락하며 700선을 내줬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0.86포인트(1.54%) 내린 692.48을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이 종가 기준 7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16일 이후 닷새만이다.

이날 코스닥은 700 중반에서 상승 출발하며 전날의 낙폭을 만회하는 모습이었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를 이기지 못하고 하락 전환했다. 코스닥은 한 때 2% 넘게 급락하며 680선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70억원, 1067원을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은 나홀로 1579억원을 사들였지만 지수 견인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총 상위주들은 대부분 약세였다. 대장주 셀트리온과 CJ E&M 산성앨엔에스가 5% 안팎으로 급락했고, 다음카카오웹젠은 각각 1%. 3% 하락했다.

전날 코스닥 급락의 주범으로 꼽힌 내츄럴엔도텍은 가짜 백수오 논란에 이틀째 하한가를 맞았다. 반면 고려신용정보가 개인주주의 5% 이상 지분 신고 소식에 11% 급등했다. 피델릭스는 최대주주가 중국 반도체 회사로 변경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하루만에 반등했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85원(0.26%) 상승한 1082.45원에 이날 거래를 마쳤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