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매출 속 더딘 성장
"동남아 진출해 돌파구 마련"
1995년, 피부 세포치료분야 권위자인 하워드 그린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위스콘신대에서 종양학 박사학위를 갓 딴 동양인 여성이었다.
첫 면담에서 몇 시간 동안의 대화가 오갈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그린 교수는 그 자리에서 연구원으로 받아줬다. 전세화 테고사이언스 대표(48·사진)의 얘기다. 피부 세포를 배양해 이식하는 ‘그린배양기술’을 개발한 그린 교수와의 인연은 테고사이언스 창업의 결정적 동기가 됐다.
◆국내 최초 세포치료제 개발 기술력
테고사이언스는 피부 세포를 배양해 중증 화상과 당뇨병 합병증인 족부궤양 치료제를 만드는 회사다. 환자의 피부 세포를 배양해 만든 ‘홀로덤’과 신생아의 세포를 배양해 개발한 상처 치료제인 ‘칼로덤’이 대표 제품이다. 국내에서 처음 개발된 상처 세포치료제들이다.
전 대표는 그린 교수의 연구실에서 포스닥(박사 후 과정)을 끝낸 이듬해인 2001년 3월 한국으로 돌아와 회사를 세웠다.
회사를 차리자마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홀로덤 허가를 신청했다. 2002년 홀로덤의 판매 승인이 떨어졌다. 두 번째 제품인 칼로덤도 2005년 제품 허가가 났다.
연구개발(R&D)에 오랜 시간 걸리는 여느 바이오 기업과는 달랐다. 전 대표는 “그린 박사에게 완성 단계의 기술을 전수받은 덕분”이라며 “창업한 지 2년 뒤인 2003년부터 매출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長期 보관 기술 강점
테고사이언스의 치료제는 주로 중화상 환자에게 쓰인다. 이 회사의 치료제가 나오기 전에는 국내 화상 환자들은 자기 피부를 떼내 이식할 수밖에 없었다. 화상이 크게 생기면 떼낼 피부조차 없어 치료 기회가 없는 환자도 많았다. 전 대표는 “창업 초기 화재 사건에 관심을 갖는 자신을 보면서 괴로워했다”며 “치료제를 사용한 뒤 피부가 재생돼 사회로 복귀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일찍 매출이 발생한 반면 더딘 성장은 전 대표의 고민이다. 지난해 테고사이언스의 매출은 67억원. 전년보다 5.9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근 3년 동안 성장이 정체돼 있다. 제품이나 기술을 상용화한 다른 바이오 기업보다 성장 속도가 느린 편이다. 전 대표는 “국내 판매에만 전념해왔기 때문”이라며 “올해부터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 비슷한 상처 치료제가 있지만 테고사이언스의 기술력이면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 대표의 생각이다. 세포 상처 치료제는 살아있는 세포로 만들기 때문에 오래 보관하기가 어렵고 운송이 까다롭다. 테고사이언스의 칼로덤은 영하 60도 이하에서 2년 동안 효능이 유지되는 게 강점이다. 전 대표는 “동남아시아 현지 파트너와 수출 계약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글로벌 상처 치료 종합회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