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 리디아 고, '파죽지세' 김세영 꺾을까
여제 리디아 고, '파죽지세' 김세영 꺾을까
‘IV-XXVII-XIV’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18·뉴질랜드)의 오른쪽 팔목에는 로마 숫자 문신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아라비아 숫자로 풀이하면 4-27-14. 리디아 고가 미국 LPGA투어에 데뷔한 뒤 처음으로 우승한 날(2014년 4월27일)이다.

작년 스윙잉스커츠LPGA클래식 우승은 리디아 고가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기반이 됐다. 모범생 이미지의 리디아 고는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우승”이라며 문신까지 새겼다. 체력 회복을 위해 직전 대회인 롯데챔피언십까지 건너뛴 리디아 고는 영광의 땅인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시 한 번 우승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우승까지 가는 길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와 함께 ‘빅3’로 꼽히던 박인비(27·KB금융그룹),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외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무대를 옮긴 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김효주(20·롯데), 김세영(22·미래에셋)까지 꺾어야 하기 때문이다.

◆빅5 총출동, 우승 양보 못해

이들 5명은 오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레이크머세드GC(파72)에서 열리는 스윙잉스커츠LPGA클래식에 나란히 출전, 양보할 수 없는 샷 대결을 벌인다.

리디아 고와 함께 우승 후보로 꼽히는 선수는 단연 김세영이다. 다른 4명의 선수에 비해 국제무대에서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세영은 올 시즌 가장 먼저 2승 고지에 올랐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였던 ANA인스퍼레이션 마지막날 역전패해 정신적인 충격이 클 법도 했지만 보란듯이 다음 대회인 롯데챔피언십에서 칩샷 파세이브와 이글샷 두 방으로 역전승하며 저력을 보였다. 김세영은 하와이에서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 시즌 3승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박인비는 지난주 김세영에게 당한 역전패의 충격을 우승으로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스윙잉스커츠클래식에서 공동 4위에 올랐던 박인비는 코스 파악을 이미 끝낸 상태다. 빅5 중 유일하게 올 시즌 우승을 하지 못한 루이스도 미국 여자 골프의 에이스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우승을 노린다. 루이스는 작년 이 대회에서 리디아 고에 1타 뒤져 우승컵을 넘겨줬다.

올 시즌 우승 문턱에서 한국 선수들에게 번번이 발목을 잡혔던 루이스는 ANA인스퍼레이션 연장전에서 브리타니 린시컴(미국)에게 패배한 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2주간 충분히 쉰 루이스는 올 시즌 평균타수 1위에 오른 만큼 운만 따라준다면 언제든 연승 행진을 벌일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 선수들과 각별한 인연

스윙잉스커츠LPGA클래식은 한국 골프팬들에게 익숙한 대회다. 2013년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였다가 작년부터 미 LPGA투어로 격상됐다. 스윙잉스커츠는 대만의 경제인들이 만든 골프 사교단체다. 대만의 상위 1% 부호 60여명이 가입했으며 LPGA투어 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 대회가 리디아 고에게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김효주는 스윙잉스커츠재단의 후원을 받고 있다. 재단을 이끌고 있는 왕정쑹(王政松) JCG아트센터 회장 부부와도 각별한 인연이 있다. 왕 회장 부부는 지난겨울 김효주의 동계훈련지인 태국을 방문해 레슨을 받기도 했다. 김효주는 오른쪽 어깨에 스윙잉스커츠 패치를 달고 뛴다.

미셸 위(미국)에게도 이 대회를 양보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미셸 위는 대회장 인근의 명문 스탠퍼드대를 졸업했다. 지난주 고향인 하와이에서 샷감을 회복한 미셸 위는 동문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고 필드에 나선다. 최나연(27·SK텔레콤)은 2012년 이 대회의 초대챔피언이다. 모국 스폰서가 여는 대회에서 우승컵을 차지하겠다는 청야니(대만)의 각오도 만만찮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