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장에서 한 직원이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기 제공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장에서 한 직원이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기 제공
지난 15일 찾은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 내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생산공장은 스마트폰 ‘갤럭시S6’에 공급할 제품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300여대의 기계가 쉼 없이 돌아가며 분당 26만여개의 MLCC를 만들어 냈다. 이 공장을 관리하는 정헌주 삼성전기 부산공장 LCR제조그룹장은 “주문량이 많아 공장을 100%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흘려보내는 부품으로 스마트폰, TV, PC 등에 수백~수천개씩 들어간다. 삼성전기는 1986년 MLCC 사업을 시작했다. 2003년까지만 해도 세계시장 점유율이 3%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5%로 뛰어오르며 1위인 일본 무라타제작소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정 그룹장은 “회사 전체 매출에서 MLCC가 차지하는 비중이 36%(지난해 기준)로 가장 높아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며 “지난해 말 실적 악화로 침체됐던 분위기가 지난 2월 갤럭시S6용 제품 생산이 시작되면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의 MLCC 공장은 부산 외에도 수원, 중국 톈진·빈하이, 필리핀 마닐라 등 5곳에 있다. 이 중 부산공장은 갤럭시S6나 아이폰6처럼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가로 0.6×세로 0.3mm, 가로 0.4×세로 0.2mm 크기의 고사양 MLCC를 주로 생산한다. 정 그룹장은 “작아지는 스마트폰 추세에 따라 MLCC 역시 크기를 줄이되 성능은 높인 고사양 제품을 생산하는 게 중요하다”며 “고사양 MLCC는 일반 제품에 비해 수익성이 높아서 실적 기여도도 크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세라믹 가루에 화학물질을 입혀 종이처럼 얇게 인쇄한 뒤, 이를 쌓아올리고 잘라 도자기를 굽듯이 열처리하는 등 21개 공정을 거쳐 MLCC를 생산하고 있다. 갤럭시S6 한 대에 들어가는 MLCC 600여개 중 400개를 삼성전기가 공급한다. 요즘 MLCC 한 달 생산량은 110억개가 넘는다. 이곳 직원들은 제품 불량률을 낮추는 게 고민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사양일수록 기술이 어렵다 보니 불량률도 높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속 전자부품이 전기 신호를 주고받도록 연결해주는 회로 기판인 스마트폰 주기판(HDI)을 만드는 공장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 생산공장의 가동률은 갤럭시S6용 제품 생산에 돌입하면서 지난해 말보다 20% 이상 올랐다.

이곳 분위기 역시 한층 좋아졌다고 직원들은 설명했다. 갤럭시S6 효과도 있지만 올해 화두인 클린활동의 결과라고 했다. 공장 벽 곳곳에는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결의를 의미하는 사자성어인 ‘파부침주(破釜沈舟)’가 슬로건으로 걸려 있었다. 올초부터 진행된 ‘파부침주 20일 작전’의 흔적이라고 했다. 이 활동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윤태 사장이 제조현장을 청결하게 관리해야 설비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추진한 것이다.

이향국 삼성전기 부산공장 ACI제조그룹 파트장은 “갤럭시S6용 부품 생산으로 정신없이 바쁘지만 현장 관리를 강화하며 제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지금의 활발한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실적도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