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남저수지' 가시연꽃에 눈이 호강, 통술집서 입이 호강
'거금도' 금맥이 발견돼 이름도 거금도(居金島)…활개바위 장관
경남 창원, 자연이 화사한 생태 여행지
동양 최대 철새도래지 주남저수지
마산, 창원, 진해가 합쳐진 창원은 규모가 커진 만큼 볼거리도 늘었다. 마산과 진해야 예전부터 이름난 관광지여서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창원에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문 편이다. 창원의 속살을 살피고 싶으면 주남저수지로 가야 한다. 주남저수지는 매년 찾아오는 철새들과 다양한 수생식물이 살고 있는 생태의 보고다. 동양 최대 철새도래지기도 한 주남저수지엔 아직도 봄이 한창이다. 저수지 주변에 피어난 수많은 야생화는 앞다퉈 아름다움을 뽐낸다.
그중에서도 주남저수지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이 바로 가시연꽃이다. 자생식물 중에서도 희귀한 가시연꽃은 잎이 워낙 커 백로와 왜가리들이 연잎 위에서 먹이사냥을 할 정도다. 자주색 꽃잎이 만개하는 여름이 되면 가시연꽃은 장관을 연출한다. 가시연의 열매가 강장제로 이용되면서 지금은 멸종위기종으로 보호하고 있다. 저도, 자연 그대로 만들어진 섬 산책로
봄의 한복판에서 만나는 저도(猪島)는 평화롭고 화사하다. 마산 합포구 구산면에 있는 저도는 섬의 모양이 마치 돼지가 누워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저도 연륙교와 구산면 일대의 수려한 경관이 어우러져 해안선을 따라 남해안의 빼어난 경관을 보며 완만하게 걷는 하이킹 코스가 인기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데크길보다 대부분 숲길과 흙길을 따라 걷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다.
저도는 꽃 천지다. 길 곳곳에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벤치가 마련돼 있어 쉬어갈 수 있다. 길을 걷는 동안 하늘은 시시각각 변하고 바다는 일렁거리며 흰 포말을 끊임없이 뱉어낸다. 멀리서 살랑거리며 부는 바람엔 봄의 기운이 듬뿍 실려 있다. 저도에 우뚝 솟아 있는 용두산(해발 202m) 정상에서 보면 저도 연륙교와 바다, 남해안의 섬이 올망졸망 모여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저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연륙교는 나란히 2개가 놓여 있다. 1987년 세워진 구교(舊橋)는 영화 ‘콰이강의 다리’를 닮았다고 해서 같읕 이름으로 불린다. 보행자 전용다리로 이용되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하다. 연인이 다리를 건너는 동안 손을 놓지 않으면 사랑이 이뤄진다고 한다. 다리 위에서 장미꽃 100송이를 건네며 청혼하면 사랑이 맺어진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가상해전 체험지와 해양생물 테마파크
창원에서 봄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장소는 창원해양공원이다. 해양공원 중에서 다양한 해양생물을 만날 수 있는 해양생물 테마파크는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해양생물 테마파크 1층은 바다, 2층은 땅, 3층은 하늘을 상징하는 자연을 담은 건축물로 지어졌다. 해양의 역사와 동서양 해전사를 알 수 있는 해전사체험관에서는 직접 조타장치를 조작해 가상해전을 체험할 수 있는 해전체험 시뮬레이터가 있어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린다.
해군의 함정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군함전시관도 이색적이다. 2000년 퇴역한 강원호를 그대로 이용한 전시관으로 강원호는 1944년 미국에서 건조돼 6·25전쟁에 6개월간 참전하고 해군에서 활약하다 1978년 퇴역한 군함이다. 우도와 창원해양공원을 연결한 우도 보도교는 지그재그로 난 독특한 모양새 때문에 건너는 것만으로도 큰 재미를 준다.
여행팁
통영에 안주가 무제한으로 나오는 닷찌집이 있다면 창원에는 ‘통술집’이 있다. 싱싱하고 푸짐한 각종 해물 안주가 한상 통째로 나온다고 해서 통술집이다.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맛있는 음식이 계속해서 나온다. 1970년대 오동동과 합성동 골목은 통술집 원조거리였다. 지금도 오동동 통술골목에는 옛 명성을 이어가는 통술집이 14곳 정도 남아 있다. 술상은 1인분에 4만원 선. 수림(055-223-1569) 강림식당(055- 245-2710)이 유명하다. 숙소는 호텔 사보이(055-247-4455)가 좋다. 한국관광공사 호텔 체인인 베니키아 가맹점이다. 숙박비는 7만~10만원 선. 온천욕을 겸하고 싶다면 마금산 근처 북면온천단지를 찾으면 된다.
전남 고흥, 풍경마다 빛나는 봄의 흔적
금탑사, 비자나무와 동백의 어우러짐
남북으로 길이가 95㎞나 되는 넓은 고흥에는 봄 햇살처럼 보드라운 들녘의 풍경이 있다. 그 풍경소리를 따라가면 금탑사를 만나게 된다. 금탑사는 그리 크지 않은 절집이지만 푸른색 비자나무와 동백꽃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절을 병풍처럼 휘감은 천등산(554m)도 일품이다. 풍양면·도화면·포두면의 경계에 솟은 천등산은 5월경 산 남쪽 자락을 덮는 철쭉 말고는 경관에 비해 덜 알려진 바위산이다. 정상에 오르면 풍남리·송정리 들판과 앞바다의 거금도를 비롯한 섬 무리, 그리고 깊이 파고든 해안선과 바다가 중첩돼 이어지며 반짝인다. 맨 꼭대기를 신선대라 부르는데, 신선들이 내려와 바둑을 두던 곳이라 전해온다.
소록도, 슬픈 역사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
산을 내려와 고흥반도 끝자락인 녹동항에서 배를 타면 불과 1㎞도 안 되는 곳에 소록도가 있다.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닯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소록도에는 지금 봄이 한창이다. 소록도는 일제강점기 이후 한센병 환자들의 애환이 깃든 섬이다. 지금은 고흥을 찾는 여행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유명 관광지가 됐지만, 섬 안팎에 환자들의 고통이 서린 곳이 많다.
풍양면과 도덕면에 걸친 해안에 조성된 오마간척지는 1960년대 5000여명의 소록도 한센인 노동자들이 자력갱생을 목표로 피땀 흘려 간척지 제방 공사에 나섰던 곳이다. 일하고 살아갈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다섯 개의 섬을 오가며 석재를 깨고 배로 날라 쌓는 노력 끝에 방조제의 60%를 완성했다. 하지만 토지를 마련하려는 소망은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끝내 물거품이 됐다.
거금도 , 해안 드라이빙 코스로 유명
소록도 바로 아래에는 거금도가 있다. 2011년 거금대교가 세워지면서 육지가 된 거금도는 고흥에서 가장 큰 섬으로, 조선시대 큰 금맥이 발견돼 거금도(居金島)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거금도에는 이팝나무, 참식나무, 육박나무 등이 늠름하게 자라고 있으며 해안 드라이빙 코스로도 이름이 높다.
봄의 햇살 아래 만나는 도화면 해안을 따라가며 만나는 바다 경관도 눈부시다. 방파제 쪽으로 가면 멀리서 봐도 뚫린 문이 훤히 보이는 활개바위를 감상할 수 있다. 활개바위는 도화면 구암리 남동쪽 끝자락 바닷가에 형성된 문처럼 생긴 바위다. 여행팁
오는 24~26일 대표적인 우주항공 체험 테마축제인 고흥우주항공축제가 박지성종합운동장과 나로우주과학관·청소년우주체험센터·우주천문과학관 등에서 펼쳐진다. 모형로켓 발사 체험, 에어로켓 만들기 체험, 미니로봇 체험 등 우주항공 체험행사와 모터 패러글라이딩 시연, 스페이스 매직쇼, 유등 전시 등 볼거리가 다채롭게 마련된다.
고흥은 먹거리가 풍성한 곳이다. 그중 참장어는 남해안 일부에서만 잡힌다. 콜레스테롤이 적고 맛이 담백하며 영양가가 높다. 참장어회는 장어의 내장과 머리를 제거한 다음 잘게 썰어 초고추장이나 고추냉이에 찍어 먹으면 고소하고 단맛이 난다. 장어 뼈를 우린 물로 끊인 죽도 일품이다. 왕년의 ‘박치기 왕’ 김일 선수의 단골 음식이었다고 한다. 아리랑산장어숯불구이(061-842-7797)가 유명하다. 도화면의 중앙식당(061-832-7757)은 한정식으로 정평이 난 집. 굴을 껍질째 삶은 피굴 등 토속 음식이 곁들여진다. 고흥 읍내에서는 W호텔(061-835-0707)이 깔끔하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묵고 싶다면 공룡알해변이 코앞인 하얀파도 펜션(061-844-1232)이 제격이다.
창원·고흥=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