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이르면 이달말 타결…美의회, 오바마에 '신속협상권' 부여
TPP, 이르면 이달말 타결…美의회, 오바마에 '신속협상권' 부여
미국 의회의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가 16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신속하게 타결할 수 있도록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TPA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미국이 주도하는 TPP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 상원 재무위원회는 이날 오린 해치 재무위원장(공화당)과 론 와이든 소수당 간사(민주당) 합의로 행정부에 TPA를 부여하는 여야 공동법안을 발의했다. 해치 위원장은 “오는 23일 전체표결에 부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의 폴 라이언 예산위원장(공화당)도 다음주 초 같은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TPA가 의회를 통과하면 올 상반기 내 TPP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신속협상권’으로도 불리는 TPA는 의회가 통상협상 권한을 행정부(대통령)에 위임하는 조치로, 의회가 승인할 때 협상 내용은 고치지 못하고 찬반 여부만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행정부의 협상력이 그만큼 강화되고 속도를 낼 수 있다.

일본 등은 그동안 미국 측에 “TPA 없이는 협상 타결이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농산물 개방이나 지식재산권 보호 등 민감한 분야에서 협상을 타결하더라도 여론에 민감한 의회가 나중에 협상 내용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 정부는 한·미 FTA 협상 때 TPA를 갖고 있었지만 2007년 7월 시효가 만료된 뒤 갱신하지 못했다.

TPP는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최대 정책과제다. 수출 확대 기회를 넓힐 뿐만 아니라 아·태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기도 하다. 관세 철폐 외에도 노동 및 환경 기준을 협상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은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미 의회도 이번에 TPA 법안을 발의하면서 “무역협정이 인권 존중, 환경보호 등을 촉진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그동안 TPA 법안을 부활하는 데 큰 관심이 없었던 미 의회가 전향적으로 돌아선 데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놓고 벌인 미·중의 파워게임에서 미국이 결과적으로 패배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전했다. AIIB의 대항마 성격으로 TPP 협상 타결이 더욱 시급해졌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논리가 미 정치권에 먹혀들었다는 얘기다.

이 달 말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전후해서 TPP 협상에 대한 미·일 간 모종의 발표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9일 일본을 방문해 아마리 아키라 일본 TPP 담당상과 각료 협의를 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이달 초 일본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만나 “TPP가 경제는 물론 전략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 의회의 TPA 법안에 대해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노동계와 상당수 민주당 의원, 그리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어 전체 표결을 통과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미 최대 단일노조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은 “TPP는 미국의 일자리를 죽일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