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 동참하겠다는 취지로 올해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대졸 채용 인원을 지난해(220명)의 2배 가까운 수준인 400명으로 늘린 것.
기업은행측은 상반기에만 2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달 2일까지 접수된 지원자만 2만2000명, 경쟁률은 110대1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은행권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등 고졸 취업 준비생들에겐 그림의 떡 얘기다.
대졸 신입 채용 규모는 대폭 확대됐지만 고졸 채용 규모는 전년 수준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간 고졸채용에 앞장섰던 국책은행들마저 채용 규모를 줄이면서 금융권 고졸 채용 시장은 위축되는 모습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고졸 채용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한 70명 내외로 계획하고 있다.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고는 하지만 2013년 100명 넘게 채용했던 것에 비해선 큰 폭 줄어든 모습이다.
앞서 기업은행은 2011년 67명, 2012년 109명, 2013년 109명 수준의 고졸 채용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정권 교체와 함께 고졸 채용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질 때 쯤, 채용규모를 70명으로 낮췄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인력 수급 현황에 맞춰 조절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며 "고졸 뿐만 아니라 대졸 신입 공채 규모도 마찬가지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은 더 심각하다. 2011년 90명을 채용하며 은행권 중 가장 많은 규모의 고졸 채용을 단행했던 산업은행은 2012년에는 120명으로 늘렸다.
그러나 2013년 20명으로 채용 규모가 급감한 뒤 지난해에는 15명으로 줄었다. 산업은행측은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를 채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은행권 내 최대 규모의 고졸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 채용 규모가 미정이라고는 하나 대폭 늘어나진 않을 전망이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도 안 뽑기는 마찬가지. 신한은행은 2012년 85명까지 채용 규모를 늘렸으나 2013년에는 반토막 수준인 42명 채용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더 줄어든 38명을 뽑았다.
다만 신한은행은 올해는 채용을 확대해 70명 규모로 뽑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외환은행과의 통합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았던 하나은행은 채용에서도 꼴찌였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5명을 채용하는 데 그치며 지방은행인 BNK부산은행(23명), 대구은행(20명)에도 못 미쳤다.
한경닷컴 채선희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