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장관 때 외교정책·개인 이메일 사용·자선재단 기부금 등 쟁점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으로 선언하자 공화당은 일제히 공세를 펼쳤다.

공격의 소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국무장관 때 펼쳤던 외교정책과 개인 이메일 사용, 그리고 클린턴 부부가 운영하는 클린턴 자선재단의 기부금 수령 등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었다.

특히 공화당 대권 후보가 돼 앞으로 클린턴 전 장관과 맞대결할 가능성이 있는 유력 주자들은 출마 선언이 나오기 전부터 클린턴 전 장관의 '약점'을 부각시키느라 바빴다.

이미 대권 도전을 선언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클린턴 전 장관이 출마선언을 하자마자 보도자료를 통해 "실패한 외교정책의 대표"라고 몰아붙였다.

그는 특히 "오바마-클린턴의 외교정책이 세계를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면서 "그녀가 지켜보는 사이에 러시아, 이란, ISIS 등이 부상했다"고 비난했다.

플로리다 전 주지사인 젭 부시는 지지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그녀를 멈춰야 할 때가 됐다"고 선언했으며, 출마 선언이 있기 전인 이날 오전에는 "클린턴의 외교정책이 버락 오바마 외교정책과 연결돼 있다.

오바마-클린턴 외교정책은 동맹국과의 관계를 악화시켰으며 우리의 적들을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공격했다.

위스콘신 주지사인 스콧 워커도 "클린턴은 모든 실패한 외교정책의 책임자"라고 공격했다.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 잠룡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도 날을 세웠다.

그는 NBC 방송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아주 위선적이며, 클린턴 일가는 자신들이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성폭행 피해자 박해 사례를 거론하면서 "클린턴 재단은 성폭행 피해자가 공개적으로 채찍질당하는 나라로부터도 기부금을 받았다.

우리는 여성을 그렇게 대하는 나라로부터 물건을 살 게 아니라 아예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폴 의원의 이 발언은 공화당이 앞으로 클린턴 재단의 외국 기부금 논란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클린턴 재단 기부금 논란은 재직 중 개인 이메일 논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외교적 실패 사례인 2012년 리비아 벵가지 미국 영사관 피습 사건과 함께 공화당이 주요 공세 포인트로 삼는 대표적 소재다.

폴 의원은 자신의 대선 웹사이트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개인 이메일 사용 스캔들을 부각시키며 '힐러리의 하드 드라이브'(Hillary's hard drive)를 판매하는 이색 캠페인도 하고 있다.

또 다른 공화당 대권 후보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도 CNN에 출연해 2012년 벵가지 사건 등을 언급한 뒤 "클린턴은 오바마의 외교정책과 국내정책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며 오바마 정부의 실정과 클린턴을 연관시켰다.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 출신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역시 이날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국민은 변화를 원하는데 클린턴 전 장관은 결코 변화에 맞는 인물이 아니다"면서 개인 이메일 사용 논란을 겨냥해 "클린턴 전 장관이 믿지 못할 사람이라는 결과가 나온 여론조사를 당신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을 저지하기 위한 공화당과 그 지지층의 '스톱 힐러리(Stop Hillary)' 캠페인도 본격 시작됐다.

대표적인 '힐러리 비판론자'로 꼽히는 라인스 프리버스 위원장이 이끄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수십만 달러를 들여 클린턴 전 장관의 재단 기부금과 개인 이메일 사용 문제를 집중 제기하는 내용의 인터넷 광고를 내기로 했다.

공화당의 선거 전략가인 로저 스톤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생활 등을 조명한 저서 '클린턴가(家)의 여성들과의 전쟁(The Clintons' War on Women)'을 올해 여름 출판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보수단체 '단합된 시민들(Citizens United)'은 클린턴 전 장관을 겨냥해 지난 2008년 상영한 '힐러리 : 더 무비'의 속편 제작을 공언했다.

반면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클린턴 전 장관을 비호하는 데 나섰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날 ABC 방송 인터뷰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국무장관으로서 일을 아주 멋지게 해냈다"면서 "클린턴 전 장관이 그전까지 많이 위축됐던 동맹들과의 관계를 재건했고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종전협상을 도왔으며 현재 진행 중인 이란 핵협상을 위한 초기 접촉을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클린턴 전 장관이 이번 선거에서 잘 하길 바란다"고 덕담을 던졌다.

뉴욕 주지사인 앤드루 쿠오모도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클린턴은 평상 중산층 가족의 챔피언이자 시민권을 위한 투사였다"면서 "위대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경험을 갖춘 검증된 지도자"라고 밝혔다.

국외에서도 클린턴 전 장관의 응원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일간 빌트에 기고한 글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신뢰할 만한 유럽의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독일의 친구"라며 "남들이 갖추지 못한 정치 기술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교 문제의 전문가"라고 극찬했다.

(워싱턴·뉴욕·서울연합뉴스) 심인성 박성제 특파원 강건택 기자 sims@yna.co.kr,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