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이 박스권 장세를 탈출하면서 한동안 사라지다시피 했던 ‘장기 투자’가 증권가 화두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대세상승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늘면서 장기투자 후보를 고르는 작업도 분주해지고 있다.
◆주목받는 ‘인구 고령화’ 주식

저금리 효과에 힘입어 ‘10년 이상 장기 테마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기준금리가 연 3%대에 처음 접어들면서 저금리 시대 문을 열었던 2003년 7월에도 자금이 주식시장에 몰렸고 장기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지금과 상황이 아주 비슷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이 꼽고 있는 중장기 투자후보 1순위는 인구 고령화와 높아진 국민소득의 ‘과실’을 동시에 향유할 수 있는 바이오·헬스케어 업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1.9%를 차지하고, 전체 진료비 비중의 35.5%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할 때 고령화 관련주가 뜨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녹십자, LG생명과학, 제일모직, 내츄럴엔도텍 등이 주요 증권사 장기투자 후보에 공통적으로 지목됐다.

정종혁 NH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부가가치가 큰 바이오산업은 향후 한국 경제의 또 다른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며 “2020년까지 바이오산업 부문 연간 매출을 1조8000억원 수준까지 키우겠다고 발표한 제일모직이나 혈액제제 관련 제품 수직 계열화를 추진 중인 녹십자가 대표 주자”라고 말했다.

◆“亞 여성 소비 잡는 기업이 승자”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는 아시아 소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기업들도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여성 관련 종목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코스맥스아모레퍼시픽, 하나투어, 호텔신라 등이 이 같은 기준에 부합하는 종목으로 분류됐다.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중국에서 해외 출국 경험이 있는 소비자가 전체 인구의 9%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요우커(중국 관광객) 수혜주’로서 생명력이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출국자가 늘면서 아시아 소비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소비재 중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IT와 결혼한 車도 눈길

IT 기술 발달에 따른 융·복합화 관련주도 증권가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는 전기차와 사물인터넷 등 기술혁신 관련주를 유망 장기투자 테마로 꼽았다.

자동차와 전기 및 IT 기술의 결합이 주된 상승 동력으로 지목됐다. 일차적으로는 LG화학, 삼성SDI 같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들이 추천주로 꼽혔다. 중장기적으론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 기기 등 IT 융·복합화 관련주가 유망 투자 종목에 올랐다. 특히 자동주행차 등 IT 기술과 자동차 기술의 결합 가능성이 주목받으면서 삼성전자현대모비스 등도 장기투자 후보군에 포함됐다.

김지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북미시장의 전기차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7% 늘어나는 등 전기차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전자기기 경량화와 개인화가 이뤄지려면 IT와 자동차산업 모두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고운/김동욱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