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최근 20년간 이런 독식은 처음"…IPO 싹쓸이하는 NH투자증권 비결은 'N·H'
마켓인사이트 4월 9일 오후 3시 56분

NH투자증권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대형 딜을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하며 독주하고 있다. 지난해 이노션 LIG넥스원 제주항공에 이어 올해는 금호HT 풀무원식품을 잇따라 따냈다. 한 경쟁사의 IPO 담당 임원은 “증권가에 20여년간 있는 동안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기업 IPO가 특정 증권사에 몰리는 것은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유가증권 10개-코스닥 10개 상장

지난해 상반기 ‘최대어’로 꼽히던 삼성SDS와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의 대표 주관사 자리를 경쟁사인 한국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에 빼앗긴 것이 결과적으로 약(藥)이 됐다는 설명이다. NH투자증권의 독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8월에 시가총액 1조5000억원으로 추산되는 방위산업업체 LIG넥스원의 상장 주관사로 선정된 데 이어 10월엔 시총 1조5000억원 규모의 현대자동차그룹 광고회사 이노션의 대표 주관사 자격을 따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같은 방산업체인 로템 한국항공우주(KAI) 등의 상장을 주관한 경험을 갖고 있고 해외 기관투자가에 마케팅도 잘한다는 평판을 높이 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11월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최초로 상장하는 제주항공(시가총액 4500억원 추산), 12월엔 국내 케이블TV업계 2위 티브로드홀딩스(1조원대 초중반)와 동일제강의 주관사로 각각 선정됐다.

NH투자증권의 기세는 올 들어서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시가총액 6000억원으로 추산되는 풀무원식품, 지난달엔 금호전기의 자회사인 금호HT의 상장 주관사 자리를 꿰찼다.

NH투자증권은 이를 통해 올해 총 10개가량의 기업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목표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다. 코스닥시장에서도 10개 이상 상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끈끈한 네트워크·노련한 인력

NH투자증권의 최대 강점은 강력한 네트워크다. NH투자증권은 2009년 기아자동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며 현대차그룹과 관계를 맺었고, 지난해 애경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도우면서 신뢰를 쌓은 것이 이노션과 제주항공 일감을 따내는 데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경쟁 증권사의 한 임원은 “상장 주관사 선정은 해당 기업의 최고경영진이 내리는 정치적 판단”이라며 “NH투자증권이 주요 기업의 최고위 인사들과 지속적으로 교류를 해온 것이 주관사 선정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IPO를 전담해온 전문 인력이 많은 것도 강점이다. NH투자증권의 투자은행(IB) 부문을 총괄하는 정영채 부사장은 “주식발행시장(ECM) 본부에서 IPO를 담당하는 인력이 30명가량인데 대부분 10년 이상 경험을 갖고 있다”며 “지난해 우리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합병 과정에서도 인력 유출이 없었다”고 전했다.

해외 기관투자가에 주식을 파는 능력이 뛰어나고 다양한 상장 경험을 가진 것도 관련 기업들에 매력적이다. 조단위 대형 IPO를 진행하기 위해선 해외 기관투자가들에 물량 배분이 필수적이다. 조광재 NH투자증권 ECM본부장은 “글로벌 파이낸싱 파트의 폭넓은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외국계 증권사 못지않게 해외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기열/김우섭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