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대 대성 회장(73·사진)의 장남인 김정한 대성산업 기계사업부 사장(43)이 지난달 말 자진 사임하고 회사를 떠났다. 회사에 남은 김 회장의 아들은 셋째인 김신한 대성산업가스 사장(40)뿐이다. 때마침 2011년부터 지속된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이어서 재계에서는 “회사 살리기라는 대형 ‘숙제’를 거의 마친 김 회장이 후계 정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자진 사임한 장남

김신한 사장
김신한 사장
대성산업 관계자는 김 전 사장이 회사를 떠난 것에 대해 “본인 회사인 임플란트 제조 판매업체 라파바이오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며 “회사에서는 후계 얘기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성산업에 근무하면서 임플란트 제조·판매업체인 라파바이오 대표도 맡았다.

라파바이오 최대주주는 그가 지분 50%를 보유한 제이헨이다. 라파바이오는 환자 개개인의 구강 구조를 스캐닝하고, 맞춤형으로 임플란트를 제작할 수 있는 장비를 제조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대구의료산업단지로 확장이전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이유가 어쨌든 장남이 회사를 떠나면서 대성산업 후계 구도의 무게중심은 김 사장에게 쏠리게 됐다. 둘째 아들인 김인한 씨(41)는 미국 콜로라도대 정치학과 교수로 사업과는 관련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작업도 마무리

대성산업은 서울 신도림의 복합건물 디큐브시티를 2011년 준공한 뒤 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재무구조가 극도로 악화됐다. 지난해 부채비율은 1만2674.97%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디큐브백화점 디큐브호텔 등 본업과 상관없는 토지 등 자산을 대거 매각했다. 회사가 위기에 빠진 2011년 이후 대성산업이 매각한 자산은 17건, 1조8465억원 규모다. 연내 계획하고 있는 거제백화점(목표 매각금액 800억원)과 용인 남곡 토지(500억원) 매각이 성사되면 자산 매각 총액은 2조원에 육박한다. 부채비율은 300%로 낮아진다.

대규모 자산 매각에는 ‘회사를 살리려면 장부가보다 싼값에라도 일단 팔아야 한다’는 김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대성산업은 지난해 부동산 매각 과정에서 3023억원 규모의 매각차손을 봤다. 지난달 디큐브백화점을 제이알제17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에 2650억원에 팔면서 1400억원의 매각차손을 냈다.

양창무 대성산업 인사총무부·교육사업부 이사는 “회사 내부적으로는 지난달 말 결정된 그룹 지주회사 대성합동지주에 대한 56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끝으로 4년에 걸친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컴백

대성산업은 ‘에너지 전문기업으로의 귀환’을 재무구조 개선의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건설·유통사업은 접고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부활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우선 훼손된 영업역량을 회복해야 한다.

이화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산 매각 과정에서 영업과 연관있는 자산도 일부 매각했다”며 “재무구조 개선만으로도 연 수백억원대의 영업이익은 낼 수 있겠지만, 신성장동력을 키우지 않으면 그 규모를 크게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