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내달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자연스레 박수가 터져나왔다. 여느 뮤지컬처럼 한 노래가 끝날 무렵 박수를 유도하고 어느 정도 강요하는 ‘박수 타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관객은 오히려 극의 흐름을 방해할까 망설이다 누군가 용기 내어 시작한 박수에 아낌없이 동참했다.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에는 배우 4명과 기타 3대가 등장한다. 음악은 대부분 극 중 싱어송라이터이자 인터넷방송 ‘사이버 자키(CJ)’인 33세 노처녀(?) 박지선의 라이브 기타 반주로 이뤄진다. 눈을 사로잡을 만한 무대 전환도 없다. 공연은 이런 소박한 무대와 음악만으로 풍성하고 깊이 있는 극적 감동을 안겨준다.

전체 줄거리는 다소 상투적이고 감상적이다. 순댓국집을 30여년간 운영하고 있는 과부댁인 엄마 박정자와 거친 막말을 주고받으며 대판 싸운 박지선은 감전 사고로 정신을 잃는다. 눈을 떠보니 33년 전 음악카페 세시봉. 여기서 ‘나랑너랑’이란 듀엣으로 활동하는 젊은 엄마 박정자와 아빠 박봉팔을 만난다. 딸은 1970년대 신파조 멜로 영화와 같은 부모의 가슴 아픈 사랑과 이별을 몸으로 함께 겪는다. 잠에서 깨 현실로 돌아온 박지선은 순댓국집 딸이면서도 입에 대지도 않던 순댓국의 맛, 엄마의 정성이 가득한 맛을 음미한다.

극의 진면목은 잘 짜인 대본과 구성, 서민들의 정서와 애환을 잘 살린 감칠맛 나면서도 해학적인 대사와 가사, 캐릭터에 동화한 배우들의 호연 등이 빚어내는 진정성에 있다. 2007년 초연 때부터 엄마와 딸로 호흡을 맞춘 유정민과 김영옥이 한 치의 오차 없이 벌이는 설전은 소름 돋을 만큼 사실적이어서 관객을 무대로 깊이 끌어들인다.

김영옥의 기타 연주와 가창이 매력적이다. 극의 템포와 분위기를 멋들어지게 조절하고, 자칫 지루함을 느낄 법한 초반 ‘원맨쇼’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이 작품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연극배우 이명행은 명불허전(名不虛傳)의 연기를 펼치며 많은 웃음과 감동을 이끌어낸다. 음향도 수준급이다. 라이브 기타 연주와 사전 녹음된 기타 반주, 배우의 대사와 가창이 섬세한 조율로 어우러지면서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세대 간 갈등과 화해를 ‘7080’의 정서를 듬뿍 담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려낸 소극장 창작 뮤지컬이다. 엄마와 딸이 손잡고 함께 보면 좋을 무대다. 공연은 내달 31일까지, 3만~4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