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가입자 모은 김정태의 '광복 마케팅'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은 지난 1월 하나·외환은행 리테일상품부에 공통된 지시를 내렸다. 올해가 광복 70주년인 만큼 이를 기념하는 상품을 함께 만들어보라는 것이었다.

단순한 마케팅 차원이 아니라 금융회사의 공익기능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융상품이 국민의 역사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하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두 은행이 지난달 23일 공동 출시한 ‘대한민국만세 정기 예·적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9영업일 만에 두 은행을 합쳐 가입 계좌 10만개를 돌파했다. 하나은행의 실적만 놓고 보면 하나은행이 출시한 수신상품 중 역대 최고 기록이다. 비교적 높은 금리(예금 최고 연 2.05%, 적금 최고 연 2.8%·1년제 기준)도 한몫했지만 금융소비자의 역사의식을 한데로 모으는 공익적 성격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 상품에 가입하면 은행이 계좌당 815원을 출연해 독립유공자 유가족과 해외 독립유적지 보존사업을 후원한다. 또 추첨을 통해 중국의 항일 유적지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한 뮤지컬 ‘영웅’ 관람 기회도 준다.

김 회장은 하나은행장 시절부터 직원들과 함께 조선왕조의 왕릉을 탐방하는 등 역사에 큰 관심을 보였다.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활동을 후원하는 국립중앙박물관회 회장직을 연임해 맡고 있다.

하나금융은 최근 안중근기념관이 있는 중국 하얼빈 기차역에 대형 옥외광고판을 설치하기도 했다. 광고판에는 ‘세계 평화를 위해 한·중 우호관계를 한층 더 높이 올리겠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중국인들도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고 한국과 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광고판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