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협상 타결로 건설업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란발(發)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중동 국가 중 인구가 가장 많고 경제 규모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다음으로 커 시간이 갈수록 파급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중동에서 한류 열풍이 어느 곳보다 강하게 불고 있는 이란이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주요 교역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현재 이란과 거래하고 있는 한국 기업 수를 2800개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이 2300개 정도다. 이란 제재가 풀리면 이 기업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자동차와 철강이 대표적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2011년까지 2만대 안팎의 완성차를 이란에 수출하다 2012년부터 수출을 중단했다.

철강도 2009년까지 이란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2010년부터 수출이 사실상 중단됐다. 2013년 11월에 이란의 경제 제재가 일부 완화됐지만 자동차와 철강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이유로 이란과 거래를 재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핵 협상 타결로 이란과 교역을 늘리고 투자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동안 이란이 포스코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파이넥스 기술을 수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며 “이란 제재가 완화되면 파이넥스 기술을 이란에 수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이란에서 대규모 공사를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전문가인 신동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미국이 포괄적으로 이란 제재법을 통과시킨 뒤 이란에서 대형 공사 물량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며 “앞으로 대규모 공사가 나오면 한국 건설사들이 이란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외건설협회는 올해 이란 건설 시장 규모를 300억~600억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이란은 중동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는 잠재력이 큰 나라”라며 “한류를 잘 활용하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이란에서 큰 경제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기업들은 이란에 내린 금융 제재가 풀리면 더 큰 경제적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등은 오는 6월 말까지 이란 제재를 언제 어떻게 완화할지를 최종 결정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