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식, 밀라노에서 날아올라라
얼마 전 유럽으로 ‘미식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지는 전통 음식문화가 살아 있는 모로코와 포르투갈 그리고 요즘 미식의 나라로 떠오르는 스페인이었다. 전통 음식과 현대 미식을 이어서 만나는 ‘미각의 시간여행’을 한 셈이다.

이번 여행의 정점은 스페인에서도 미식 도시로 회자되는 바스크 지역 유명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식사였다. 이 레스토랑은 ‘미슐랭 가이드’ 평가에서 ‘3스타’를 받고, 세계 10위권 레스토랑에 이름을 올린 곳답게 훌륭한 음식과 서비스로 일행 모두를 감격하게 했다. 하지만 모든 음식은 당장 입을 즐겁게 하긴 했지만 너무 기름지고 달아 ‘이 음식이 건강한가’ ‘우리는 지금 잘 먹고 있는 건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오늘날 전 세계는 먹거리 결핍의 문제부터 과잉, 비만 문제까지 극단적인 먹거리 전쟁을 치르고 있다. 최근에는 서구 미식문화의 지나친 맛 추구가 가져오는 건강문제와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컬푸드나 슬로푸드 운동의 세계적인 확산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내달 1일 개막하는 ‘2015 밀라노 엑스포’는 ‘지구식량공급, 생명의 에너지’를 주제로 펼쳐진다. 참가국들은 먹거리와 관련된 주제를 가지고 6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한국관의 주제는 ‘한식 Hansik, 미래를 향한 제안: 음식이 곧 생명이다’다.

미래 식량문제의 해결에 한식은 분명히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한식은 채식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육식을 위한 동물 사육에 쓰이는 사료곡물 과잉이 가져오는 기아문제와 동물 사육으로 인한 환경문제로부터 자유롭다. 물론 건강이 미각의 최우선 목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건강과 환경을 위협하는 음식 또한 최고가 될 수는 없다.

또 먹거리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음식의 ‘지속 가능성’이다. 한식의 5000년 역사는 세계 어느 민족의 음식 전통과 견줘도 모자람이 없다. 시간의 도움으로 음식의 맛과 영양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발효와 저장을 키워드로 하는 음식이 주를 이루는 자연친화적인 한국의 식문화는 세계인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번 밀라노 엑스포를 통해 우리는 ‘한식의 미래’를 보게 될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한식 자체의 미래뿐만 아니라, 지구 환경문제의 대안으로서, 미래 식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다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 한식이 건강한 미래 식량 체계를 위한 하나의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되려면 한식의 과거를 존중하되 얽매이지 않으며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밀라노 엑스포를 계기로 한식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져 미래 인류 식량문제를 해결할 결정적 대안으로 인정받길 바란다.

정혜경 <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