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
캐스파 헨더슨 지음 / 이한음 옮김 / 은행나무 / 540쪽/ 2만5000원
아홀로틀과 인간이 얽힌 역사도 흥미롭다. 아홀로틀은 대항해시대 유럽의 정복자들에게 짓밟힌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슬픈 초상’이자 신체 일부가 잘려도 금세 복원하는 능력으로 현대 재생생물학에서 각광받는 실험실 동물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특성은 아홀로틀이 인간 중심의 세계에서 계속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인다. 이 동물이 가진 매력과 유용성이 인간에게 충분한 호소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헨더슨이 지은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은 제목 그대로다. 대부분 상상하기 어렵지만 분명 지구상에 존재하는 기이하고 희귀한 동물들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아홀로틀부터 이틀 만에 수정란 안에서 완전한 물고기 형태가 완성되는 제브라 피시까지 모두 27종을 생물도감처럼 줄 세워 소개한다.
책은 자연과학서로 생각하기 쉽지만 인문서에 가깝다. 각 동물을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고생물학부터 최신 과학 연구까지 아우르며 설명하면서 신화 문학 예술 역사를 넘나드는 폭넓은 통찰을 담아낸다. ‘21세기판 동물 우화집’이라고 할 만하다. 실제로 존재하는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중세시대 인기를 끈 동물우화집과는 다르지만 해당 동물들을 통해 인간의 발자취와 욕망, 이기심, 그 결과들을 조망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동물 중에는 인간도 있다. ‘시시껄렁한 파괴자 무리’로 묘사되는 인간은 지구란 생태계 전체로 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일 수도 있다. 송도리 교보문고 구매팀 차장은 “대학생들에게 희귀한 동물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함께 다양한 학문을 아우르는 통섭적 사고능력을 줄 수 있는 책”이라며 “동물 우화집을 읽는 듯한 재미를 주면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