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박은주가 아리아 ‘어떤 고문이 기다린다 해도’를 부르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소프라노 박은주가 아리아 ‘어떤 고문이 기다린다 해도’를 부르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도주’ 연습이 한창인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연습동. 소프라노 박은주가 여주인공 콘스탄체의 아리아 ‘어떤 고문이 기다린다 해도(Martern aller Arten)’를 부르며 콜로라투라(고음의 화려한 선율을 악기처럼 부르는 고난도 창법)의 절정을 선보이자 340㎡의 연습실 내부는 전율로 가득 찼다. 콘스탄체가 젤림 태수(디어크 슈메딩 분)를 밀칠 때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여인의 분노와 고뇌가 가감 없이 전달됐다.

‘후궁으로부터의 도주’는 가장 모차르트다운 오페라로 불리는 작품이다. 모차르트 특유의 화려한 기교와 인간적인 드라마를 맛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그의 인생이 반영된 오페라여서다. 모차르트가 음악사에서 유명한 부인 콘스탄체를 만날 무렵 작곡한 작품으로 여주인공 이름도 부인 이름을 땄다. 모차르트가 작곡한 최초의 ‘징슈필(Singspiel·대사와 음악이 완전히 분리된 독일어 오페라 장르)’로 1782년 오스트리아 빈 부르크 극장에서 초연됐다.

서울 시립오페라단의 1999년 공연에 이어 국내에서는 두 번째로 국립오페라단이 이 작품을 오는 15일부터 1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린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오페라 연출가 김요나가 이 작품으로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지휘는 독일 마인츠국립극장 수석 지휘자를 지낸 안드레아스 호츠 독일 오스나부르크극장 총음악감독이 맡았다.

작품 배경은 16세기 터키다. 엇갈리는 사랑으로 번민하는 등장인물의 감정이 빠른 템포의 곡에 묻어난다. 터키는 당시 유럽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장소다. 김요나는 “오스만 제국풍의 모티브와 비주얼은 200여년 전 유럽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며 “장소와 시간을 초월하는 환상적 미궁을 연출해 관객이 감정의 굴곡을 좇아 빠져들 수 있도록 무대를 꾸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에선 화려한 성악 기교를 요구하는 콜로라투라 창법을 만끽할 수 있다. 박은주는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아리아’를 포함해 기교와 고난도가 요구되는 곡들을 소화하는 드라마틱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 명성을 떨쳐왔다. 그는 “모차르트의 곡은 이탈리아 오페라와 달리 가수의 역량을 100% 이상 발휘하지 않으면 전혀 부를 수 없는 노래”라며 “친구와 전화 통화조차 삼갈 정도로 연습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