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야망, '일대일로'②]한국, 장고 끝 AIIB 폭풍 속으로…속도내는 신(新) 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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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시니카'를 향한 중국의 야심과 '팍스 아메리카나'를 지키려는 미국의 자존심 대결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나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추진은 두 나라 간 첨예한 주도권 경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G2의 충돌 사이에서 애매한 상황이지만 대(對) 중국 경제 의존도를 감안했을 때 AIIB 가입은 불가피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중국이 AIIB를 추진하려는 진짜 목적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차원을 넘어 중국의 위대한 부흥을 꿈꾸는 '신(新) 실크로드'(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자금 조달의 성격이라는 분석이다. 향후 10년 중국의 정치에서 경제, 외교, 산업, 투자 종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3편에 걸쳐 집중 해부해본다. <편집자주>
618년 세워진 당나라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세계 제일의 패권국이었다. 당시 당나라의 핵심 기치였던 '국제화'와 '개방화'는 21세기 시진핑 정부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시진핑 정부는 국제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G2'(미국·중국)의 위상을 확고히 하려 하고 있고,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과거 당나라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중국의 야심찬 의도가 담겨있다.
◆ 중국, G2 위상 강화…글로벌 영향력 확대
한국 정부는 26일 고심 끝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결정하고 중국에 서한으로 통보했다. 이로써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 가입 의사를 밝힌 나라는 인도, 파키스탄, 독일, 영국 등 35개국에 이른다.
중국은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와 국제 사회에서 자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주요국의 AIIB 가입을 독려해왔다. 한국 역시 지난해 7월 중국 정부로부터 가입을 권유받은 지 8개월 만에 참여 결정을 내린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의 참여 결정으로 주요국의 AIIB 가입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만큼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IIB는 신 실크로드의 자금 조달 역할을 하는 기구로써, 중국 보아오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을 통해 구체적인 계획이 드러날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이 신 실크로드를 추진하려는 이유는 정치·군사, 사회 경제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미국은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강화하며 군사와 경제 양 측면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아시아 문제를 주관하고 해결하며 안보를 책임지는 건 아시아 국가들이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 주석은 또 올해 1월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어 국가 안보 강화에 초점을 맞춘 '국가안전(안보) 전략요강'을 채택했다. 중국에서 국가 안보에 관한 공식 지침이 제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지도부는 전략 요강 시행을 통해 총체적인 국가안보관 수립, 핵심적이고 중대한 국가 이익 수호, 국가 안보 의식 교육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국을 위협하는 안보 불안이 크다는 시 주석의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이를 통제하고 조치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박준금 동부증권 연구원은 군사·안보적 측면에서도 중국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는 만큼 시진핑 정부가 신 실크로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경제 측면에서 중국과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해 무역 질서의 패권 다툼을 하고 있다. TPP는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국 간에 진행 중인 광역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미국, 일본을 포함한 12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고 지적재산권, 노동권, 관세율 등 각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기준과 개방도를 정해 중국이 가입하기 어려운 문턱을 제시하고 있다.
TPP에 속한 국가들은 전 세계 GDP에서 약 40%, 글로벌 교역에서 3분의 1을 차지한다. TPP에 가입하지 않은 중국은 미국에 대응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아세안 10개국을 포함해 이들과 함께 FTA를 체결한 6개국(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이 공동 협정을 맺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박 연구원은 "중국은 원조와 투자를 통해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늘리고 중앙아시아 에너지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갖고자 한다"며 "신 실크로드는 이와 맞물려 중국의 투자와 지원 기반을 더 확실히 다져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선택 아닌 필수…지역 불균형 해소
중국 내부 문제만을 놓고봐도 신 실크로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중국은 개혁 개방 이래 30여년 동안 거대한 성과를 이뤘지만 각종 불균형이라는 후유증을 남겼다.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지역 불균형이다.
연해, 연변(邊), 연강, 연선이라는 '4연전략'을 통해 매년 4조 위안의 수출입 교역액을 달성하고 있지만 이 중 약 80%가 연해 도시에 집중돼 있다.
지금까지 무역과 투자협력 대상도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이었고, 공업 및 인프라 시설은 동부연해 지역에 편중됐다.
반면 서부 지역의 교통 운송, 수력, 전력 등 보조 설비는 상대적으로 낙후돼 서부 대개발의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속적 안정적인 성장을 해야 하는 게 신 실크로드를 추진하는 이유다.
중국은 신 실크로드 구축을 통해서 서북과 서남 지역의 개발·안정을 추구할 계획이다. 신 실크로드는 낙후된 이 지역에 중앙아시아로 통하는 인프라투자와 물류망을 구축,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할 수 있어서다.
특히 서북부 5개성은 신 실크로드의 거점 지역으로 육상 실크로드가 서부 지역을 관통하기 때문에 서부 대개발에 이어 또 한번 발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무조건적인 투자 확대로 인해 중국 내부에서 생산 과잉이 날로 심해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상품거래플랫폼 100PPI에 따르면 2013년 중국 생산 능력 과잉 상품은 48%를 차지한다.
이와 달리 신 실크로드 주변 국가는 최근 몇 년 동안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인프라 시설도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 철도를 예로 들면 베트남, 태국 등 주변 국가 대부분의 국토면적대비 철도선로의 길이는 2%를 밑도는 수준이다.
중국이 다양한 인프라 건설 경험과 제조업 생산력을 이용해 신 실크로드 주변 국가에 인프라 투자를 진행한다면 과잉 투자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건설에 필요한 철강, 시멘트 등의 과잉 생산이 심각한 산업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남경철강은 작년 1월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과 협력해 1조7000억 달러를 들여 메단 지역에 철강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향후 5년 간 100만톤의 철강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 과잉 생산에 시달렸던 남경철강의 경영부담을 해소시켜줄 전망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 실크로드는 중국의 4차 인프라 투자 사이클을 의미한다"며 "1980년 특구개발 붐과 1990년 동해벨트 투자 붐, 2000년도 서부 대개발에 이어 대형 프로젝트인 신 실크로드로 중국의 향후 3년간 인프라 투자 증가율은 20%대로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 연구원은 또 "중국은 신 실크로드를 통해 신성장 동력 확보와 경기 부양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며 "시진핑 정부가 2020년까지 도시화 비율을 60%까지 끌어올리려하는 만큼 이때까지 강력한 인프라 투자 재정집행이 진행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주변국과 교역 증대…이해관계 일치
신 실크로드는 '팍스 아메리카'를 넘어 중국에 의한 평화를 의미하는 '팍스 시니카' 시대를 열기 위한 행보다. 그만큼 신 실크로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변국과 동반자적 관계를 맺는 것이 중국 정부의 목표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신 실크로드 주변 국가와의 무역 활동을 활발히 했다. 수출 비중으로 볼때, 미국과 유럽 및 일본과의 무역 총액은 2005년 48%에서 점차 감소해 2014년 37%까지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남아, 인도, 러시아 및 몽골 등 신 실크로드 주변 국가로의 수출 비중은 10%에서 16%로 상승했다.
이런 무역 구조상의 추세적인 변화는 신 실크로드 전략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올해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리적, 경제적 측면에서 인도는 신 실크로드 전략에 중요한 나라다. 현재 인도의 경제 성장은 취약한 제조업 기반으로 인해 느린 편이다. 중국의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32.2%이지만 인도의 GDP대비 제조업 비중은 중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5%에 불과하다.
하지만 니렌드라 모디 총리의 당선 이후에는 에너지와 도로, 항만, 교통 등 사회간접시설(SOC) 인프라 확충을 10대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 교육, 제조업 육성을 통해 대규모 경제 혁신을 꾀하고자 한다.
박 연구원은 "인도 제조업은 외국 자본 유치 시 생산 규모 확대와 생산성 향상이 가능할 것"이라며 "낙후된 제조업 기반과 인프라 투자의 수요는 중국을 포함한 외국 기업에 자본 및 수출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아시아는 육상 실크로드의 핵심지역이고 중국에서 유럽으로 갈 때 꼭 거쳐야 하는 통로다. 현재 중국은 석유와 천연가스 및 광산 자원을 해상 통로를 통해 수입하고 있으며 자원의 해외 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반대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이 필요로 하는 각종 광산 자원들을 보유하고 있어 중국에게는 이 국가들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중국과 아세안(동남아시아 지역협력기구)의 교역액은 4800억 달러에 달한다. 해상 실크로드와 관련한 중국의 1차적 목표는 아세안 10개국과의 교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해상 실크로드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은 미얀마의 스트웨항, 스리랑카의 함반토타항, 파키스탄의 과다르항, 탄지니아의 바가모요항 등에 자금과 기술을 투입했다.
또한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고 아세안 국가와의 교역을 확대하기 위해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화교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전 세계 화교 중 80% 이상이 동남아에 거주하는데, 아세안 회원국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그들의 주요 활동 무대다. 화교는 이들 국가의 상장기업 중 적게는 50%, 많게는 80%까지 소유하거나 지배하고 있다.
중국- 아세안 간의 FTA 외에도 중국 정부가 이러한 화교들을 잘 포섭한다면 국가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신 실크로드 의지와 주변국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중국으로선 대내 경기부양과 대외적 영향력 확대를 꾀할 수 있고 인도와 아시아 등 주변국 입장에서는 열악한 인프라 투자 유치를 통해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이런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중국이 AIIB를 추진하려는 진짜 목적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차원을 넘어 중국의 위대한 부흥을 꿈꾸는 '신(新) 실크로드'(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자금 조달의 성격이라는 분석이다. 향후 10년 중국의 정치에서 경제, 외교, 산업, 투자 종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3편에 걸쳐 집중 해부해본다. <편집자주>
618년 세워진 당나라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세계 제일의 패권국이었다. 당시 당나라의 핵심 기치였던 '국제화'와 '개방화'는 21세기 시진핑 정부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시진핑 정부는 국제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G2'(미국·중국)의 위상을 확고히 하려 하고 있고,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과거 당나라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중국의 야심찬 의도가 담겨있다.
◆ 중국, G2 위상 강화…글로벌 영향력 확대
한국 정부는 26일 고심 끝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결정하고 중국에 서한으로 통보했다. 이로써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 가입 의사를 밝힌 나라는 인도, 파키스탄, 독일, 영국 등 35개국에 이른다.
중국은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와 국제 사회에서 자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주요국의 AIIB 가입을 독려해왔다. 한국 역시 지난해 7월 중국 정부로부터 가입을 권유받은 지 8개월 만에 참여 결정을 내린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의 참여 결정으로 주요국의 AIIB 가입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만큼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IIB는 신 실크로드의 자금 조달 역할을 하는 기구로써, 중국 보아오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을 통해 구체적인 계획이 드러날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이 신 실크로드를 추진하려는 이유는 정치·군사, 사회 경제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미국은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강화하며 군사와 경제 양 측면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아시아 문제를 주관하고 해결하며 안보를 책임지는 건 아시아 국가들이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 주석은 또 올해 1월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어 국가 안보 강화에 초점을 맞춘 '국가안전(안보) 전략요강'을 채택했다. 중국에서 국가 안보에 관한 공식 지침이 제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지도부는 전략 요강 시행을 통해 총체적인 국가안보관 수립, 핵심적이고 중대한 국가 이익 수호, 국가 안보 의식 교육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국을 위협하는 안보 불안이 크다는 시 주석의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이를 통제하고 조치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박준금 동부증권 연구원은 군사·안보적 측면에서도 중국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는 만큼 시진핑 정부가 신 실크로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경제 측면에서 중국과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해 무역 질서의 패권 다툼을 하고 있다. TPP는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국 간에 진행 중인 광역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미국, 일본을 포함한 12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고 지적재산권, 노동권, 관세율 등 각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기준과 개방도를 정해 중국이 가입하기 어려운 문턱을 제시하고 있다.
TPP에 속한 국가들은 전 세계 GDP에서 약 40%, 글로벌 교역에서 3분의 1을 차지한다. TPP에 가입하지 않은 중국은 미국에 대응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아세안 10개국을 포함해 이들과 함께 FTA를 체결한 6개국(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이 공동 협정을 맺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박 연구원은 "중국은 원조와 투자를 통해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늘리고 중앙아시아 에너지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갖고자 한다"며 "신 실크로드는 이와 맞물려 중국의 투자와 지원 기반을 더 확실히 다져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선택 아닌 필수…지역 불균형 해소
중국 내부 문제만을 놓고봐도 신 실크로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중국은 개혁 개방 이래 30여년 동안 거대한 성과를 이뤘지만 각종 불균형이라는 후유증을 남겼다.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지역 불균형이다.
연해, 연변(邊), 연강, 연선이라는 '4연전략'을 통해 매년 4조 위안의 수출입 교역액을 달성하고 있지만 이 중 약 80%가 연해 도시에 집중돼 있다.
지금까지 무역과 투자협력 대상도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이었고, 공업 및 인프라 시설은 동부연해 지역에 편중됐다.
반면 서부 지역의 교통 운송, 수력, 전력 등 보조 설비는 상대적으로 낙후돼 서부 대개발의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속적 안정적인 성장을 해야 하는 게 신 실크로드를 추진하는 이유다.
중국은 신 실크로드 구축을 통해서 서북과 서남 지역의 개발·안정을 추구할 계획이다. 신 실크로드는 낙후된 이 지역에 중앙아시아로 통하는 인프라투자와 물류망을 구축,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할 수 있어서다.
특히 서북부 5개성은 신 실크로드의 거점 지역으로 육상 실크로드가 서부 지역을 관통하기 때문에 서부 대개발에 이어 또 한번 발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무조건적인 투자 확대로 인해 중국 내부에서 생산 과잉이 날로 심해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상품거래플랫폼 100PPI에 따르면 2013년 중국 생산 능력 과잉 상품은 48%를 차지한다.
이와 달리 신 실크로드 주변 국가는 최근 몇 년 동안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인프라 시설도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 철도를 예로 들면 베트남, 태국 등 주변 국가 대부분의 국토면적대비 철도선로의 길이는 2%를 밑도는 수준이다.
중국이 다양한 인프라 건설 경험과 제조업 생산력을 이용해 신 실크로드 주변 국가에 인프라 투자를 진행한다면 과잉 투자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건설에 필요한 철강, 시멘트 등의 과잉 생산이 심각한 산업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남경철강은 작년 1월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과 협력해 1조7000억 달러를 들여 메단 지역에 철강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향후 5년 간 100만톤의 철강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 과잉 생산에 시달렸던 남경철강의 경영부담을 해소시켜줄 전망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 실크로드는 중국의 4차 인프라 투자 사이클을 의미한다"며 "1980년 특구개발 붐과 1990년 동해벨트 투자 붐, 2000년도 서부 대개발에 이어 대형 프로젝트인 신 실크로드로 중국의 향후 3년간 인프라 투자 증가율은 20%대로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 연구원은 또 "중국은 신 실크로드를 통해 신성장 동력 확보와 경기 부양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며 "시진핑 정부가 2020년까지 도시화 비율을 60%까지 끌어올리려하는 만큼 이때까지 강력한 인프라 투자 재정집행이 진행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주변국과 교역 증대…이해관계 일치
신 실크로드는 '팍스 아메리카'를 넘어 중국에 의한 평화를 의미하는 '팍스 시니카' 시대를 열기 위한 행보다. 그만큼 신 실크로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변국과 동반자적 관계를 맺는 것이 중국 정부의 목표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신 실크로드 주변 국가와의 무역 활동을 활발히 했다. 수출 비중으로 볼때, 미국과 유럽 및 일본과의 무역 총액은 2005년 48%에서 점차 감소해 2014년 37%까지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남아, 인도, 러시아 및 몽골 등 신 실크로드 주변 국가로의 수출 비중은 10%에서 16%로 상승했다.
이런 무역 구조상의 추세적인 변화는 신 실크로드 전략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올해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리적, 경제적 측면에서 인도는 신 실크로드 전략에 중요한 나라다. 현재 인도의 경제 성장은 취약한 제조업 기반으로 인해 느린 편이다. 중국의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32.2%이지만 인도의 GDP대비 제조업 비중은 중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5%에 불과하다.
하지만 니렌드라 모디 총리의 당선 이후에는 에너지와 도로, 항만, 교통 등 사회간접시설(SOC) 인프라 확충을 10대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 교육, 제조업 육성을 통해 대규모 경제 혁신을 꾀하고자 한다.
박 연구원은 "인도 제조업은 외국 자본 유치 시 생산 규모 확대와 생산성 향상이 가능할 것"이라며 "낙후된 제조업 기반과 인프라 투자의 수요는 중국을 포함한 외국 기업에 자본 및 수출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아시아는 육상 실크로드의 핵심지역이고 중국에서 유럽으로 갈 때 꼭 거쳐야 하는 통로다. 현재 중국은 석유와 천연가스 및 광산 자원을 해상 통로를 통해 수입하고 있으며 자원의 해외 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반대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이 필요로 하는 각종 광산 자원들을 보유하고 있어 중국에게는 이 국가들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중국과 아세안(동남아시아 지역협력기구)의 교역액은 4800억 달러에 달한다. 해상 실크로드와 관련한 중국의 1차적 목표는 아세안 10개국과의 교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해상 실크로드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은 미얀마의 스트웨항, 스리랑카의 함반토타항, 파키스탄의 과다르항, 탄지니아의 바가모요항 등에 자금과 기술을 투입했다.
또한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고 아세안 국가와의 교역을 확대하기 위해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화교들과도 협력하고 있다.
전 세계 화교 중 80% 이상이 동남아에 거주하는데, 아세안 회원국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그들의 주요 활동 무대다. 화교는 이들 국가의 상장기업 중 적게는 50%, 많게는 80%까지 소유하거나 지배하고 있다.
중국- 아세안 간의 FTA 외에도 중국 정부가 이러한 화교들을 잘 포섭한다면 국가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신 실크로드 의지와 주변국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중국으로선 대내 경기부양과 대외적 영향력 확대를 꾀할 수 있고 인도와 아시아 등 주변국 입장에서는 열악한 인프라 투자 유치를 통해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