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반대에…삼척원전 건설 늦추나
정부가 올 상반기 중 확정할 7차 국가전력수급계획(2015~2029년)에서 강원 삼척시 원자력발전소 건설안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척 원전은 정부가 2012년 이미 건설(2030년 완공 목표)을 결정했지만 지난해 주민들이 투표로 뒤늦게 건설을 반대해 논란이 됐다.

정부는 경기 부진 탓에 전력수요가 당초 예상치보다 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장 수급계획에 삼척 원전을 포함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삼척 주민들의 반대가 강경해 정부가 일단 논란을 비켜 가자는 의도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전력수요 줄어 시급하지 않아”

정부 고위관계자는 16일 “전력수요가 안정된 데 힘입어 7차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정부가 예측하는 전력수요량은 6차 계획 때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전력 수급이라면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삼척 원전 건설계획을 제외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전력수급계획은 정부가 2년마다 향후 전체 전력수요를 예측한 뒤 원전, 화력,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연료별 신규 발전 비중과 설비용량을 정해 발표하는 계획이다. 7차 전력수급계획은 2015년부터 2029년까지다. 전력수요 예측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산업용 전력수요의 변화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0.5%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소비가 줄어 기업의 투자와 생산활동이 감소하면 산업용 전력수요도 예상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삼척 주민들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혔다. 지난 10월 실시한 원전 건설 찬반 투표(총 투표자 2만8867명)에서 삼척 주민 84.97%가 반대표를 던졌다. 정부는 당시 “법적 효력이 없는 투표인 만큼 투표 결과와 무관하게 원전 건설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7년 이상 주민과 줄다리기를 벌인 ‘밀양 송전탑 사태’와 같은 사회적 갈등이 재연될까 우려하고 있다는 게 에너지업계의 시각이다. 전력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미리 ‘사회적 비용’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원전 지정고시’ 문제는 남아

정부가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삼척 원전 건설계획을 제외하더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7차 계획에서 삼척 원전이 빠지면 삼척시 측은 “삼척에 대한 원전 건설 지정고시를 해제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2년 뒤 8차 전력수급계획이 나올 때까지 정부는 이 사안을 놓고 삼척 주민들과의 갈등을 감수해야 한다.

한 전력당국 관계자는 “삼척 원전이 7차 계획에서 빠지고 지정고시에서 제외된다면 삼척을 원전 부지로 선정하기까지 들였던 비용에 따른 책임 등 총체적인 ‘정책 실패’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확정한 전체 에너지원 중 원전 비중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질 수 있다. 지난해 정부는 2035년까지 원전 비중을 26%에서 29%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달성하려면 1500㎿급 원전 5기를 더 건설해야 한다.

세종=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