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베스트셀러 ‘제로 투 원’ 저자인 피터 틸(오른쪽 두 번째)이 25일 서울컨벤션에서 국내 벤처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베스트셀러 ‘제로 투 원’ 저자인 피터 틸(오른쪽 두 번째)이 25일 서울컨벤션에서 국내 벤처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가 있으면 창의적인 인재는 알아서 따라온다.”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베스트셀러 ‘제로 투 원’ 저자인 피터 틸은 25일 서울 삼성동 서울컨벤션에서 스타트업 창업자,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세상에 없던 생각’을 가지고 창업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 핀테크(금융+기술) 대표 스타트업인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화장품 유통 스타트업 미미박스의 하형석 대표 등이 참석했다.

틸은 ‘창의적인 인재를 어떻게 모으느냐’는 물음에 “좋은 아이디어가 중요한데 이는 완전히 새로운 생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고 이런 비전을 가진 기업은 창의적인 인재를 감화시켜 끌어당긴다”며 “경영을 조금 못해도 아이디어가 완전히 혁신적이면 그 기업은 어떻게든 굴러간다”고 말했다.

그가 화폐에 암호기술을 적용해 창업한 페이팔의 성공이 대표적이다. 틸은 페이팔을 설립해 15억달러(약 1조6600억원)를 받고 이베이에 매각했다. 이후 페이팔의 초기 멤버였던 엘론 머스크는 테슬라모터스와 스페이스엑스를 세웠고, 리드 호프먼은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링크트인을 성공시켰다. 실리콘밸리를 이끄는 이들 ‘페이팔 마피아’의 탄생에는 ‘국가의 개입 없는 편리한 전자화폐를 만들겠다’는 틸의 아이디어가 창의적인 사람들을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의 동기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내 친구가 운영하는 회사 면접에서는 ‘1년 후에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병을 앓고 있어도 이 자리에 지원하겠는가’라는 질문을 한다”며 “그 이유는 단지 돈 때문이 아니라 ‘내가 아니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열정을 가진 사람과 함께 일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틸은 “사람들의 동기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스타트업 성공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2000년 페이팔의 급속한 확장으로 자금이 필요해진 틸은 세계를 돌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한국에서도 세 곳의 투자사와 만났지만 최종적인 투자 유치 결정을 하지 못했다.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에서 항공권을 사려는데 틸의 신용카드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를 배웅하러 나온 한 투자사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틸에게 1등석 항공권을 끊어준 것. 틸은 “고맙지만 투자를 받아들일지에 대해선 확답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틸의 냉정함도 한국인의 집요함을 당할 순 없었다. 미국에 돌아온 틸은 회사 계좌에 예정에 없던 500만달러가 입금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에게 비행기표를 사준 투자사가 투자계약서도 없이 돈을 부친 것. 돈을 돌려주기 위해 투자사에 계좌번호를 물었지만 이 회사는 돈을 돌려받지 않겠다며 버텼다. 하는 수 없이 틸은 한국 투자사를 파트너로 받아들였다. 이후 투자사는 두 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당시 돈을 부친 사람은 모바일결제 전문기업 옐로페이의 이성우 대표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