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의 '공격경영'…아울렛 진출·백화점 확대
현대백화점그룹은 2007년 정지선 회장 취임 이후 올해 가장 왕성한 신규 사업 계획을 세웠다. 프리미엄 아울렛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면세점 사업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올 하반기에는 판교에 3년 만에 처음으로 백화점 신규 점포도 낼 예정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2017년 취임 10주년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의 공격 경영 출발점은 오는 27일 개장하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이다. 현대백화점이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 사업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포점은 축구장 23개 크기인 16만6000㎡ 규모로 220여개 브랜드가 입점한다. 구찌, 버버리, 페라가모, 에트로 등 해외 명품 브랜드를 앞세워 해외 브랜드 비중을 30% 이상 유지하겠다는 목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김포공항과 가깝고, 서울 도심에서도 오기 편해 주중에도 많은 사람이 찾을 것”이라며 “매년 600만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는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에 현대아울렛 송파점, 내년에는 인천 송도에 프리미엄 아울렛 2호점을 열 계획이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800억원을 들여 대전 유성구 일원 9만9000㎡ 부지를 매입했다. 용도 변경을 마치는 대로 아울렛을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정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공격 경영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그는 “기업의 변화는 곧 생존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과감한 변화와 혁신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매주 아울렛 관련 보고 및 업무를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렛은 성장성이 가장 높은 유통 분야로 꼽힌다. 백화점 매출은 정체돼 있지만 아울렛 매출은 연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백화점은 경기 불황, 해외 직구(직접구매) 열풍 등으로 지난해 판매액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반면 아울렛 판매액은 13.1% 증가했다.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로 백화점 이월상품을 30~70%가량 싸게 판매하는 아울렛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경쟁자인 롯데와 신세계에 비해 ‘후발주자’로 꼽힌다. 현대아울렛 가산점도 영업이익의 10%가량을 수수료로 받는 위탁경영 체제다. 반면 신세계는 2007년 계열사인 신세계사이먼을 설립하고 경기 여주, 파주, 부산 등 세 곳에서 아울렛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장을 총 14개로 늘렸다.

아울렛 사업과 함께 정 회장이 주력하는 분야는 면세점 사업이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에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한다. 서울 시내 면세점을 시작으로 앞으로 공항 및 해외 면세점으로 사업을 확장해 신(新)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온라인몰 구축도 정 회장의 관심 분야 중 하나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월 전자상거래 관련 팀을 사업부로 승격했다. 올 하반기 백화점 별도 몰을 만들어 ‘옴니채널’ 트렌드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