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22일 오후 3시35분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 3사가 서로 상대방의 평가 결과를 베끼는 ‘판박이 신용등급’을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고객의 눈치를 보는 ‘마케팅용 판정’에 치우쳐 신용등급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가 지난해 두 곳 이상의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을 변경한 48개 투자적격 기업을 분석한 결과 신용평가사들이 서로 다른 등급을 부여한 곳은 웅진씽크빅, 포스코플랜텍, 한진중공업 세 곳(6.2%)에 불과했다. 나머지 45개 기업은 동일한 등급으로 조정됐다.

신용등급이 두 단계 떨어진 두산캐피탈과 한진해운은 세 곳의 신용평가사가 똑같은 등급으로 바꿨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동시에 평가하는 국내 민간기업 20곳의 경우 10곳(50%)이 서로 다른 등급을 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신용평가사가 똑같은 신용등급을 내놓는 것은 평가 대상인 고객 회사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신용평가 등급을 떨어뜨리거나 부정적 의견을 먼저 내놓으면 계약 해지 운운하는 고객사의 항의를 받기 일쑤”라며 “실적을 따지는 회사의 눈치도 봐야 하기 때문에 남을 따라 하는 게 어떤 면에서는 속 편하다”고 말했다.

이태호/하헌형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