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거물들이 지난해 말 유가가 급락하는 와중에 에너지 기업에 엇갈린 베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헤서웨이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14년 지분변동신고서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엑슨모빌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헤서웨이는 지난해 3분기말 신고서에서 410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혀 지난해 4분기중 주식을 모두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지분가치만 40억 달러에 달하는 엑슨모빌 최대주주에서 완전히 발을 뺀 것이다. 엑슨모빌은 유가 하락으로 지난해 4분기 매출이 873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21% 감소했고, 순이익도 같은 비율만큼 줄어든 66억달러에 그쳤다.

헤서웨이는 엑슨 모빌뿐 아니라 정유회사 코노코 필립스는 지분도 전량 처분했고, 석유시추 장비 제조업체인 내셔널오일웰 바르코 지분도 축소하는 등 에너지 투자 비중을 대폭 줄였다. 대신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 지분 4000만주를 취득하는 등 유가하락 수혜주에 베팅을 했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도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엑슨모빌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GM 주식도 73만주에서 490만주로 늘리는등 헤서웨이와 비슷한 갈아타기를 시도했다.

또 다른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데이비드 아이혼 그린라이트 캐피탈 회장은 미국의 석유회사 아나다르코 페트롤리엄과 내셔널 오일웰 바르코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헤지펀드 서드 포인트의 대니얼 로엡 최고경영자(CEO)는 에너지 기업 투자에서 발을 뺐다.

반면 ‘헤지펀드의 황제’로 불리는 존 폴슨은 이 기간동안 에너지기업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상반된 포지션을 취했다. 캐나다 석유 가스 업체 탈리스만 에너지 주식 7000만주를 5억4910만달러에 사들인데 이어 정유회사인 와이팅 페트롤리움 보유 주식을 2600만주로 늘리며 지분율을 44%로 끌어올렸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