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에이의 수지. 한경닷컴 변성현 기자
미쓰에이의 수지. 한경닷컴 변성현 기자
걸그룹 미쓰에이 수지(본명 배수지)가 ‘수지모자’란 이름으로 광고한 인터넷 쇼핑몰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졌다. 특정인의 사진 이름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배타적 재산권인 퍼블리시티권을 둘러싼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이민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2단독 판사는 15일 배씨가 “허락 없이 이름과 사진을 써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며 한 인터넷 쇼핑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 쇼핑몰은 2011년 9월 한 포털사이트에 수지모자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자사 홈페이지 주소가 상단에 뜨도록 하는 검색광고 계약을 하고 지난해 2월까지 상품을 노출했다. 2013년에는 자사 홈페이지에 ‘매체인터뷰’ ‘공항패션’ 등 문구와 함께 배씨의 사진 세 장을 게시했다.

법원은 사람의 이름 등을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사는 “자신의 이름 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권리는 성명권 초상권에 당연히 포함되고 별도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초상권 성명권이 침해됐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다른 사람과 초상 이름 사용계약을 체결하지 못했거나 기존에 체결된 계약이 해지됐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름값’을 두고 벌어진 소송의 결과가 하급심 재판부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퍼블리시티권을 정한 법률 자체가 없고 대법원에서도 이에 관한 판례가 없어 구체적인 판단이 개별 재판부에 맡겨진 상황이다.

배우 김남길 배용준 씨 등 58명이 네이트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를 상대로 낸 퍼블리시티권 침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은 지난해 7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또 가수 유이가 서울 서초동의 한 피부숍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패소 판결했다. 반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한 판결도 있다. 배우 김선아 씨는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도용한 성형외과 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겼다. 법원은 “퍼블리시티권은 독립된 재산권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배우 민효린 씨가 2013년 7월 한 성형외과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법원은 민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국내에서 퍼블리시티권을 둘러싼 법원 판단은 1997년 처음 나왔다. 당시 미국 영화배우 제임스 딘의 고종사촌이 주병진 씨의 속옷 판매 회사를 상대로 속옷에 ‘JAMES DEAN’ 등의 문구를 썼다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퍼블리시티권은 우리나라의 성문법상 권리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 퍼블리시티권

right of publicity. 통상 퍼블리시티권은 특정인의 사진 이름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배타적 재산권이다. 유명인의 이름 사진 등을 당사자 동의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그로 인해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을 때 이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