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이 이대로 가다간 부산은행에 역전당할 겁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뱉은 ‘탄식’이다. 외환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651억원으로, 지방은행인 부산은행(3552억원)과 비슷해졌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지역밀착 영업의 힘…부산은행, 10년새 5배 성장
○5대 금융그룹으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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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외환은행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이런 말을 했다. 재미있는 것은 김 회장이 외환은행의 비교 상대로 시중은행이 아닌 지방은행인 부산은행을 들었다는 점이다. 이를 뒤집으면 부산은행의 성장세가 그만큼 눈부시다는 얘기도 된다.

부산은행은 2011년 BS금융을 출범시켰다. BS금융은 작년 경남은행 인수에 성공하면서 총자산 90조원대로 덩치를 키웠다. 명실공히 영남지방은 물론 지방은행 가운데 최강자가 됐다. BS증권과 BS캐피탈을 잇따라 설립하면서 금융그룹의 틀도 갖췄다. 우리금융지주가 없어지면서 신한 KB 하나 농협금융지주에 이어 5대 금융지주사로 우뚝 섰다.

덩치뿐만이 아니다. 중·장기적 경영전략과 리스크 관리로 내실도 다졌다. 부산은행의 직원 수와 자산은 외환은행의 절반도 채 안되는 수준이지만, 순이익 규모는 비슷한 정도가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BS금융의 경우 그룹 체제로 전환한 후부터 경남은행 인수를 바로 준비했을 정도로 치밀하게 중·장기 전략에 따라 움직여 왔다”며 “시중은행 수준의 리스크 관리로 다른 지방은행과 비교해 조선·해운업 관련 부실도 가장 적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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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에서도 인정받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은행권의 기술금융 및 보수적 관행 개선 실적 등을 평가한 결과 부산은행(79.20점)은 지방은행 중 1위를 차지했다. 은행권 전체로도 신한은행(82.65점)에 이어 2위였다.

○부산 시민이 은행 살려내

부산은행이 시중은행과 ‘맞짱’을 뜰 정도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이유는 뭘까. 성세환 BS금융그룹 회장 겸 부산은행장은 △지역밀착 경영 △파벌 없는 조직문화 △중·장기 중심의 경영전략 △경남은행 인수 등 자산 규모 확대 △적극적인 해외 진출 등을 ‘비결’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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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회장은 “부산·울산·경남 지역 내 고객 기업의 경영 현황을 손바닥 보듯 잘 알 정도로 밀착 경영을 하면서 탄탄한 영업기반을 갖추게 된 것 같다”며 “매년 순이익의 10%를 사회공헌에 투자하면서 지역 주민과 유대감을 형성한 것도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은행이 외환위기 당시 은행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살려낸 사람들은 고객이었다. ‘부산은행 주식 10주 갖기 운동’을 통해서다. 2000년에는 우리은행(당시 한빛은행)이 60년 이상 담당하던 부산시 금고 관리권도 따냈다.

부산은행의 힘은 ‘숫자’로 증명된다. 2013년 저성장·저금리 여파로 다른 시중은행의 실적이 전년 대비 ‘반 토막’ 났을 때 부산은행의 순이익은 16% 정도 줄어드는 데 그쳤다. 작년에는 전년 대비 19% 이상 늘어난 3552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외환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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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난 덩치도 경쟁력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BS금융은 지난해 경남은행을 인수하면서 총자산이 93조원(작년 말 기준)으로 불어났다. 2004년 자산 규모 17조원과 비교해 10년 만에 다섯 배 이상 커졌다.

지방은행임에도 불구하고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부산은행은 2012년 지방은행 최초로 중국 칭다오에 해외 영업점을 열었다. BS캐피탈은 작년과 올초 미얀마와 라오스에 소액대출 회사를 세웠다.

장창민/박한신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