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돌풍 이끈 스타株…실적·신용잔액에 '급제동'
코스닥지수가 치열한 공방 끝에 590선을 지켜냈다. 그러나 지수를 견인하던 대표 종목들이 실적 부진과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는 등 단기적으로 상승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조원에 육박하며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신용거래 잔액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적 덫에 걸린 ‘스타주’들

코스닥지수는 10일 592.95로 0.8포인트(0.13%) 떨어졌다. 장 초반만 해도 585.35로 1% 넘게 밀리며 전날의 급락세가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고 개인의 꾸준한 ‘사자’ 주문이 유입되면서 낙폭은 빠르게 줄었다.

중소형주들의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면서 개별 종목들의 주가 변동성이 커졌다. 특히 올 들어 크게 오른 종목 중 기대 이하의 실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바이오주 돌풍의 선두주자인 메디톡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 주가는 이날 38만2000원으로 2만700원(5.14%) 급락했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추정치(102억원)를 30% 이상 밑돈 66억원에 그치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장밋빛 일색이던 주가 전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메디톡스에 대해 “올해 실적 개선폭이 작년만 못할 것이고, 주가수익비율(PER)도 40배를 넘어 추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내렸다.

게임 대장주인 컴투스게임빌도 이날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놨다. 컴투스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추정치(436억원)보다 17% 낮은 360억원에 그쳤다. 게임빌의 영업이익은 19억원으로 예상치(45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컴투스는 개인들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초반 약세를 딛고 반등했지만, 게임빌은 전날(14.1%)에 이어 이틀 연속 뒷걸음질쳤다. 이 밖에 파라다이스 CJ오쇼핑 GS홈쇼핑 등 지금까지 실적을 공개한 상당수 종목이 예상치를 밑도는 성과를 내놨다.

신용잔액 증가 종목 ‘경계령’

사상 최대 수준인 신용거래 잔액도 부담 요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 잔액은 2조9910억원에 달한다. 신용 잔액은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한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주가가 올랐을 때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주가가 단기 급락할 경우 증권사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

금융정보제공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중 절반 이상은 올 들어 신용거래 잔액이 늘었다. 핀테크(금융+기술) 수혜주로 꼽힌 다우데이터의 신용거래 잔액이 95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180% 급증했고, KG이니시스도 372억원으로 두 배 이상 불었다. 컴투스(35%) 웹젠(301.3%) 데브시스터즈(237.2) 게임빌(36.2%) 등 게임주들의 신용거래 잔액도 크게 늘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시장의 신용 잔액은 지뢰 같은 것”이라면서 “주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개별 종목 중 외국인과 기관 비중이 낮고 신용거래 비중이 높은 종목들은 당분간 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지연/이고운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