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배당 확대 흐름에 역주행하는 지방금융사들…왜?
주요 금융지주사와 시중은행들이 호실적을 바탕으로 배당규모를 늘리고 있는 반면 지방금융지주사들은 배당을 축소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방금융사들은 인수합병(M&A)에 따른 자본적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신한·하나금융지주와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올해 현금 배당액과 배당성향을 확대했다. 지난해 순이익이 늘어나면서 배당 여력이 생기자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에 맞춰 일제히 배당을 늘린 것.

우리은행은 올해 은행권 내 가장 큰 규모인 5000억원의 배당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이익 '2조원 클럽'에 재입성한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주당 650원에서 올해 950원으로 배당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배당성향은 21.6%로 지난해(16.2%)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KB금융지주도 지난해 주당 500원에서 올해는 780원씩 배당하기로 했다. 배당성향은 지난해 15.1%에서 21.5%로 증가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배당 규모를 늘릴 전망이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의 배당성향은 25%에 달할 전망"이라며 "지난해와 올해 주당 배당금은 각각 400원, 450원을 기록해 배당수익률은 2.8%, 3.6%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BS금융지주(주력계열사 부산은행)의 배당성향은 6%로 지난해 18%에서 급감했다. 현금 배당액은 주당 200원으로 전년(280원)보다 감소했다. BS금융은 지난해 경남은행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며 시중은행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으나 배당 규모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이에 BS금융측은 "배당성향을 단순 계산하면 6% 정도가 나오지만 염가매수차익 등을 반영해 자체 계산한 배당성향은 12.9%로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광주은행을 인수한 JB금융지주(주력계열사 전북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JB금융지주의 올해 현금 배당액은 주당 100원으로 전년과 동일했다. 배당성향은 지난해 10.4%에서 2.3%로 급감했다.

이들 지방금융지주사는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인수로 자본적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배당 축소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BS금융지주 관계자는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에 무조건적으로 부응하는 것보다 자본적정성을 유지하고 내실을 기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주주에겐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BS금융은 지난해 10월 경남은행을 인수하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지난해 13.85%에서 11.91%로 하락했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다.

BS금융측은 "BIS비율은 대부분 13%를 웃돌았지만 이번 경남은행 인수로 11%대로 급락한 점은 충격이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배당을 확대하는 것은 주주를 위한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수합병(M&A)이슈가 없었던 DGB금융지주는 배당에서 자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DGB금융의 현금배당액은 주당 320원으로 전년(280원)보다 확대됐으며 배당성향은 15.8%에서 18.7%로 높아졌다.

한경닷컴 채선희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