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일본 도쿄 중심가의 일본삼성(삼성 일본법인) 본사 건물을 매각하기로 했다. 실적이 저조한 일본 시장에서 본격적인 비용 감축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6일 삼성에 따르면 일본삼성은 본사 건물인 ‘롯폰기 티 큐브’(사진)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상 27층, 지하 1층인 이 건물은 삼성과 일본 미쓰이부동산이 공동개발해 삼성이 5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일본삼성은 이미 빌딩 매각에 대비해 롯폰기보다 임대료가 싼 도쿄 다른 지역에 대체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 빌딩은 일본에서 삼성을 상징하는 곳이다. 도쿄 번화가인 롯폰기에 자리잡고 있는 데다 삼성의 일본 진출 50주년째인 2003년 완공됐다는 점에서다. 당시 삼성은 소니, 파나소닉 등에서 고급 인력을 적극 영입해 기술력 강화와 일본시장 공략을 꾀했다.

삼성이 최고 번화가 롯폰기에 건물을 지은 것도 고급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일본을 자주 찾았던 이건희 삼성 회장은 일본삼성 본사에도 종종 들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그러나 일본 시장에서의 성적표가 신통치 않자 수년 전부터 현지 마케팅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TV는 글로벌 시장을 제패했지만 일찌감치 2007년 일본 시장에선 철수했다. 그나마 나은 스마트폰 점유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6%로 1위 애플(51%)에 한참 못 미친다. 자국 브랜드와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일본 소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

삼성도 과거에 비해 일본 시장에 무게를 덜 싣는 분위기다. 시장이 정체돼 있는 데다 과거처럼 일본에서 정보기술(IT) 업계를 이끌 탁월한 신기술이 나오는 일도 드물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부친인 이 회장과 달리 글로벌 동향 파악을 위해 주로 미국을 찾는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