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일부 보유지분 매각에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다.

자동차 운반선 글로비스 센추리호.
자동차 운반선 글로비스 센추리호.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 부장은 전날 장 마감 이후 현대글로비스 지분 13.39%에 대한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투자자 모집을 시작했다. 수요 조사에서 2대 1 수준의 경쟁률을 나타내며, 매각이 성사됐다. 가격은 전날 현대글로비스 종가 23만7000원에서 2.7% 할인된 23만500원으로 결정됐다.

정 회장 부장은 지난달 초에도 이번과 동일한 물량의 블록딜을 추진했다 무산된 바 있다. 이후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하락하고, 현대모비스 주가는 상승했다.

정 회장 부장의 매각 시도로 그룹 지배구조에서 현대글로비스 역할이 축소되고, 현대모비스 중심의 재편이 진행될 것이란 해석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매각이 지배구조와는 무관하고,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4일부터 적용되는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사는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사와 거래할 경우 일감몰아주기에 포함돼 과징금을 내야 한다.

이번 매각 이후 정 회장 부장의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은 30% 이하로 낮아진다. 매각 성사는 현대글로비스 주가에 긍정적이란 평가다.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 매각은 할인율이 크지 않아 주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룹 차원의 지원이 자유로워져 현대글로비스 실적의 추가적인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정 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잔여지분에 대해 2년간의 보호예수를 걸었기 때문에,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에서도 벗어났다는 판단이다.

현대모비스에 대한 영향은 중립적이란 분석이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일부 투자자들은 총수일가가 글로비스 지분 매각 대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취득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블록딜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고, 지배구조까지 염두에 두고 일어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지배구조와 관련한 대주주의 행동에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영업상황에만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