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2008
푸조 2008
‘무조건 크고 봐야 한다’는 시대가 있었다. 너도 나도 중대형 아파트를 선호했고 TV나 냉장고 크기 늘리는 게 삶의 행복 중 하나였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였다. 차 크기가 신분을 나타낸다는 생각에 때가 되면 배기량 큰 차로 바꾸는 것을 당연시했다.

큰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은 그러나 어느 때인가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1~2인가구가 늘어나고 20대와 30대가 자동차의 주력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다. 이들은 작고 귀여운 차를 찾았고 쓸데없이 큰 차보다 고급스러운 모델들을 원했다. 이 때문에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 모두 ‘작아야 산다’를 외치며 콤팩트카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대세 몰이 ‘소형 SUV’

렉서스 NX300h
렉서스 NX300h
‘작은 게 좋다’는 미니멀리즘은 소형 SUV가 주도하고 있다. 르노삼성이 내놓은 QM3가 선두주자다. 2013년 12월 첫 판매에 들어가 1년여 동안 2만여대가 팔렸다. 국내 완성차와는 다른 수입차 느낌의 디자인과 국산차의 장점인 탄탄한 애프터서비스(AS)를 결합한 시너지는 막강했다. 소형 SUV를 원하는 소비자층을 파고든 전략도 주효했다. 때마침 고연비를 원하는 수요와 맞물려 판매량이 급증했다.

QM3에 이어 렉서스의 NX300h와 링컨 MKC도 소형 SUV 전성 시대를 이어나갔다. 닛산 캐시카이는 작년 11월 국내에 출시되자마자 베스트셀링카 반열에 올랐다. 작년 12월 전체 수입차 중 판매량 6위를 차지하며 소형 대세론을 이어갔다. 푸조 2008도 2030세대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 10월 사전 예약 1주일 만에 1000대가 팔리는 등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복합 연비가 L당 17.4㎞인 게 강점이다.

수입차 중심이었던 소형 SUV 바람은 쌍용자동차의 티볼리가 이어받았다. 티볼리는 2011년 코란도C 이후 쌍용차가 4년 만에 내놓는 신차다. 2000만원 이상 줘야 구입할 수 있었던 소형 SUV를 16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게 했다. 현대자동차의 3세대 투싼, 한국GM의 트랙스 디젤, 시트로앵 C4 칵투스 등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쿠페와 해치백 모델도 인기

혼다 CR-V
혼다 CR-V
SUV뿐 아니라 세단도 크기를 줄여 출격 대기 중이다.

현대차는 20대와 30대를 겨냥해 벨로스터와 i시리즈 신차를 동시다발로 선보였다. 젊은 소비자를 잡기 위해 만든 브랜드 ‘PYL(premium younique lifestyle)’의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지난 16일 세계 최초로 엔진음 조절 기능을 넣은 ‘더 뉴 벨로스터’를 시작으로 i40과 i30을 차례대로 내놓았다. 뉴 벨로스터는 가상 엔진음을 정할 수 있는 ‘엔진사운드 이퀄라이저’를 적용해 최대 6개까지 자신만의 사운드 목록을 저장해 들을 수 있다. 이 차에는 1.6L 터보 가솔린(GDi) 엔진에 현대차 독자 기술로 개발한 7단 더블 클러치 변속기(DCT) 등을 적용했다.

BMW는 1.5L와 2.0L급인 ‘뉴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로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 차는 ‘뉴 2시리즈 쿠페’에 이은 두 번째 모델이다. 4기통 터보차저 엔진을 달아 성능을 높였다. BMW 최초로 전륜구동시스템을 적용했다.

아우디는 5도어 해치백인 ‘A3 스포트백’으로 A3의 인기를 이어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BMW 1시리즈 및 벤츠 A클래스와 경쟁할 소형차 A1도 출시한다. 폭스바겐은 소형 세단인 신형 제타에 이어 해치백 신형 폴로로 맞선다. 폴로는 2000만원대 가격대와 18.3㎞의 고연비로 인기를 얻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상반기 중 소형차 A시리즈의 고성능 모델인 A45 AMG를 선보인다. 차체는 소형차 크기지만 최고 출력은 360마력으로 중대형 세단보다 더 높다. B클래스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고 C클래스 판매량도 늘려갈 방침이다.

혼다는 뉴CR-V로 인기몰이에 나섰고, 볼보도 5도어 해치백 V40 크로스컨트리를 선보였다. 직렬 4기통 2.0 디젤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최고 190마력의 힘을 낸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