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스마트폰 X3
화웨이 스마트폰 X3
국내 1위 통신업체 SK텔레콤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중국 가전업체 TCL의 스마트폰 판매를 시작한다. 3위인 LG유플러스가 작년 10월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SK텔레콤도 중국산 스마트폰 유통에 가세한 것이다. 해외에서 삼성전자의 중저가폰 시장을 급속히 잠식해온 중국 업체들이 잇달아 한국에 진출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한·중 간 스마트폰 전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화웨이 이어 TCL까지

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다음달 시판을 목표로 TCL 스마트폰의 통신망 연동 시험을 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TCL 스마트폰 판매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단말기 성능과 가격, 구체적인 판매 시기 등은 아직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TCL의 주력 스마트폰 아이돌X
TCL의 주력 스마트폰 아이돌X
중국 스마트폰업체가 국내 통신사를 통해 스마트폰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화웨이는 작년 10월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인 미디어로그를 통해 처음으로 스마트폰 X3 판매에 나섰다. 12월부터는 LG유플러스를 통해 직접 판매하기 시작했다.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도 중국산 스마트폰 판매에 나서면서 국내 중국산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지 관심이다. 그간 한국 휴대폰 시장은 외국산 휴대폰이 줄줄이 철수해 ‘외산폰의 무덤’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산 스마트폰의 성능이 크게 좋아진 데다 가격이 싸 국내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영향도 컸다. 단통법 시행 이후 스마트폰 지원금이 크게 줄자 중저가 스마트폰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중국 샤오미 원플러스 등의 제품을 온라인에서 구입해 쓰는 이용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통신사들이 잇달아 중국산 스마트폰을 유통하기 시작한 것은 이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이 TCL 스마트폰을 택한 것은 SK그룹이 TCL과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은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SK그룹은 작년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방문 때 열린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에서 중국 정웨이그룹 및 TCL과 전략적 협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MOU를 체결했다. TCL은 중국의 3대 가전업체다. 휴대폰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프랑스 알카텔의 모바일 사업 부문과 휴렛팩커드(HP)의 휴대폰 브랜드 팜을 잇달아 인수했다.

○불편한 AS, 낮은 인지도 ‘과제’

중국산 스마트폰의 국내 시장 유입이 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시장 진입에 앞서 애프터서비스(AS)망 등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산 스마트폰을 산 뒤 AS를 제대로 받지 못해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자가 늘고 있어서다.

화웨이는 지난 19일 국내에서 택배 및 퀵 서비스를 통한 무상 AS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한 이유가 불편한 AS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내놓은 대책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국산 스마트폰의 AS망이 워낙 탄탄해 해외 업체들이 이를 빠른 시일 내에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에 대한 낮은 인지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에 대응하고 스마트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해 중국산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들여오고 싶지만 AS망 미비와 낮은 인지도 때문에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