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업체 38개국 1095개, 관람객 7만1241명.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국제 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KIMES·키메스)’의 지난해 성적표다.

35년간 국내 의료기기 산업과 함께 성장해 온 키메스(KIMES)는 아시아 3위, 세계 7위 규모의 산업주도형 전시회다. 국내 의료기기 제조사가 3개에 불과했던 1980년 첫 전시회를 열었고 지금은 국내 전시·박람회 가운데 국제행사로서의 면모를 가장 잘 갖춘 행사로 손꼽힌다.

지난해 3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관에 걸쳐 열린 키메스에는 해외에서 585개 기업이 참가해 해외 업체 참가 비중이 54%에 달했다. 글로벌 의료기기 제조사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비즈니스의 기회를 잡으려는 해외 바이어의 발길도 이어져 3000여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2011년에 비하면 해외 바이어는 4년 만에 45%, 국내 바이어는 16.4% 늘어났다.
이처럼 국제화·대형화의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키메스도 처음에는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시작했다. 김충진 한국이앤엑스 부회장은 “1980년 첫 행사를 준비할 당시 국내 의료계에서 큰 관심이 보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시기상조였다. 국내에서 의료기기를 직접 제조하는 기업이 3개에 불과했던 때였다. 김 부회장은 “당시만 해도 일반인은 물론 의료인들조차 ‘의술은 인술’이라는 인식이 커 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료나 치료를 외면하던 시기”라고 회고했다.

키메스는 1997년 외환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았다. 환율이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값이 싼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 일본제, 독일제, 미국제 등 수입 의료기기 일색이던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 국산화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키메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영세해 실제 키메스 참여율은 저조했다. 주최 측이 행사 취소까지 생각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김 부회장은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말을 실감했던 때였다”며 “지금이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과감히 개최를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속에서 열린 키메스는 결국 외국산 제품에 밀려 외면받던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관심과 수요를 끌어올려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키메스가 산업 전체를 활성화시키는 산업주도형 무역전시회의 명성을 얻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코엑스 전시장 4개홀(3만8385㎡)에서 오는 3월5~8일 열리는 키메스는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무역전시회로서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질적 수요자인 의사들이 찾는 행사로 전문성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매년 키메스에서 120여건의 의료분야 전문 세미나와 콘퍼런스 등을 개최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김 부회장은 “키메스가 그동안 기업들에 제품의 판로를 확보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돼 왔다면 이제부터는 직접 소비자와 접촉하면서 제품이나 기술에 대한 의견을 듣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가는 지적(知的) 비즈니스 장으로의 기능과 역할을 새롭게 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우 한경닷컴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