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경제를 견인하는 '스포노믹스(Sports+Economics)' 시대가 도래했다. 시,도,군 등 지자체들은 각종 대회와 전지훈련 유치 등에 관광과 먹거리 등을 결합해 스포츠를 지역경제 활성화의 촉매제로 삼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포츠가 경제를 견인하는 '스포노믹스(Sports+Economics)' 시대가 도래했다. 시,도,군 등 지자체들은 각종 대회와 전지훈련 유치 등에 관광과 먹거리 등을 결합해 스포츠를 지역경제 활성화의 촉매제로 삼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포츠의 참여 형태가 다양해짐에 따라 지역만의 장점을 살린 특화전략을 펼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유정우 기자/ 사진=한경DB
영국의 대표적 철강도시 셰필드는 1990년대 초 철강산업의 급격한 하락으로 하루 아침에 일자리가 사라지고 젊은 인재들이 도시를 떠나면서 비전을 찾지 못하던 애물단지 도시였다. 20여년 전 셰필드시는 유럽연합(EU)의 도시재생펀드를 유치해 각종 경기장과 생활체육단지 등을 건립했다. 그 결과 셰필드는 오늘날 관광과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가 어우러진 영국의 대표적인 ‘스포츠시티’로 자리잡았다.

프리미어리그 3부에 속한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성적은 하위지만 홈경기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팬들의 충성도가 높다. 지역 밀착 마케팅 덕분이다. 셰필드는 스포츠를 공연, 이벤트, 관광 등과 연계해 경기장 활용도를 크게 높였고 이를 통해 관련 산업을 동반 성장하게 했다.

크리스 그래튼 셰필드헬럼대 교수는 “스포츠가 긴밀하게 생활 속으로 스며들면서 관광, 엔터테인먼트, 첨단기술 등 다양한 분야와 결합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스포츠는 지역경기 활성화의 중요한 통로”라고 강조했다. 스포츠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직접 효과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산업으로 불황 뚫어라…각국 육성 열기 고조

세계적인 경기 불황과 국제대회 유치 후 적자 운영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 도시들의 스포츠산업 육성 열기는 뜨겁다. 전통적인 지역 특화 산업에 놀이와 여가, 공공 소비 등 스포츠의 상품적 특징이 더해지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넘어 세계 질서 재편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은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공식 선언했다. 이와 함께 중국 국무원은 최근 스포츠산업 발전 및 소비촉진 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스포츠산업 규모를 5조위안(약 860조4500억원)대로 키운다는 방침을 밝혔다.

건강관리와 피트니스 분야가 생활 속 참여 스포츠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첨단과학 도시들도 특화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해 피트니스 시장의 전체 매출이 20% 늘어난 독일은 헬스와 피트니스 분야에 쌍방향 동작인식 기능을 더한 첨단 장비들을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드레스덴 등 대표적인 과학기술 도시들이 스포츠와 첨단과학을 융합하는 특화 전략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지자체들도 스포츠 마케팅 가세

대전광역시는 지난해 국제대회와 전지훈련, 프로스포츠 관람객 유치 등으로 연인원 70만명을 끌어들여 1882억여원의 경제 효과를 거뒀다. 지난해 11월 치른 ‘잇츠대전 국제오픈볼링대회’에는 14일 동안 23개국 유명 선수와 관계자 등 7000여명이 참석해 ‘볼링 특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처럼 미래의 먹거리가 부족한 국내 지방자치단체들도 스포츠 마케팅을 활용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전남 화순군은 지난해 전국 단위 11개, 도 단위 5개 등 총 33개 스포츠 대회를 유치했다. 이를 통해 연인원 4만7000명이 화순을 방문해 관광, 숙박 등 관련 기업이 덩달아 호재를 누렸다.

특구 조성에 나선 곳도 있다. 충남 청양군은 문화·관광·스포츠를 특화 콘텐츠로 분류해 올해 역점 시책으로 내세워 관련 조례 등 기초 다지기에 나섰다. 올해 태권도, 복싱, 역도, 탁구, 게이트볼, 씨름 등 다양한 종목의 25개 전국대회와 배드민턴 등 4개의 도 대회, 복싱 국가대표 합숙훈련 유치 등으로 200억원의 경제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황혜진 이화여대 교수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지역특화 전략은 창조적 경제성장의 필수 요건”이라며 “스포츠가 경기장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 관광, 호텔, 쇼핑, 복합리조트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경기 개최와 전지훈련 유치 등 단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넘어 한국형 특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화동,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