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백혈병 보상 전향적 제안…"모든 혈액암 포함"
삼성전자가 직업병 보상 대상을 모든 혈액암과 뇌종양, 유방암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또 퇴직 후 10년 안에 해당 직업병이 발병하면 인과 관계와 상관없이 전원 보상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최대한 빨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상 대상과 조건을 가급적 따지지 않기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16일 서울 미금동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열린 직업병 피해보상 협의 2차 조정위원회에서 가족대책위원회 등을 상대로 이 같은 뜻을 밝혔다. 보상 대상 질병으로 혈액암 5종뿐만 아니라 뇌종양, 유방암까지 모두 7종을 포함하고, 퇴직 후 10년 내 발병한 경우에도 담당 업무와 발병 시기 등 최소 조건만 충족하면 인과 관계에 대한 고려 없이 보상하겠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보상 금액과 관련해서는 사회 통념상 합리적 수준에서 책정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보상금은 회사 발전에 기여한 데 대한 보답 차원이기 때문에 별도의 산업재해나 손해배상 소송 신청에는 제한이 없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또 공급사 영업비밀 물질에 대한 유해성 검증을 강화하고 안전·보건 관련 문서 보존 기간을 산업안전보건법 규정보다 두 배로 늘리겠다는 예방대책도 내놨다.

이에 대해 가족대책위는 림프계 질환과 생식기 암까지 보상 범위에 넣고, 현직 근로자는 근로기간 제한 없이 보상하되 1년 이상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면 퇴직 후 12년 내 발병한 경우까지 보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삼성전자가 기금을 출연해 가칭 ‘근로자 건강재단’을 설립해 직업병 발병 예방 활동을 해 달라고 말했다. 삼성 직업병 피해보상 협의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인 반올림 측은 3개월 이상 근무했다면 누구든 보상 대상으로 하고, 퇴직 후 20년 내 발병한 경우에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족대책위는 반올림 교섭단 8명 중 보상 문제를 우선 논의하자는 삼성전자 제안을 받아들인 6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조정위는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 반올림 등 3자가 제안서를 발표한 뒤 조정위원들과 질의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