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진 감자칩 시장의 '허니 열풍'이 올해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해태제과가 지난해 8월 내놓은 허니버터칩에 이어 유사제품들이 줄줄이 출시되면서 제 2막으로 넘어간 분위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허니버터칩 구매 인증숏과 유사제품 비교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18일 '언니 믿지'에선 허니와 버터맛을 첨가한 감자과자들, 이른바 '허니버터칩과 아이들'을 먹어봤다. 시발점이 된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과 후속작 허니통통, 자가비 허니 마일드 등 삼총사와 타사 제품인 수미칩 허니머스타드(제조사 농심·이하 수미칩), 포카칩 스윗치즈맛(오리온)을 비교했다.
허니버터칩은 출시 다섯 달째로 접어드는 현재까지 품귀현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해태 본사 직원이 물량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대형마트 직원들이 선구매에 나섰다는 얘기가 돌 정도다.
맛은 어떨까. 우선 버터향이 강하게 풍기고 달달함과 짭짤함이 뒤따른다. 원재료 중 6.0%를 차지하는 허니버터맛 시즈닝과 0.01% 비중의 고메버터의 힘이다. 12시간의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프랑스산 버터인 고메버터를 강조했다. 생감자로 만든 얇은 감자칩으로 식감은 바삭하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웃돈을 주고 암거래를 할 정도의 맛이냐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네 명의 여기자 중 세 명은 맛은 있지만 명성과 기대가 너무 높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조금만 먹을 땐 맛있지만 느끼해서 한봉지를 전부 비우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구입의사를 기준으로 한 별점 평균(다섯 개 만점 기준)은 세 개를 조금 넘겼다.
감자칩 마니아임을 자부하는 권민경 기자는 "겉만 번지르르한 맛"이란 박한 평가를 줬다. 첫 맛이 색다르지만 씹다보면 기존의 감자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SNS 시대의 덕을 톡톡히 본 제품"이라며 "물량이 충분했다면 지금과 같이 인기를 끌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는 "맛은 있지만 기대에는 못 미쳤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5개의 제품 중 가장 버터향이 강하고 과하게 느끼해 금방 질릴 맛"이라고 설명했다.
'인스턴트 식품 애호가'인 박희진 기자는 "먹어본 감자과자 중에 최고"라며 칭찬해 마지않았다. 그는 "원래 감자과자는 좋아하지 않는데 다음에 구입할 수 있다면 꼭 허니버터칩을 고르겠다"고 강조했다. 박 기자와 같이 짜고 단 것을 좋아하는 식성에 딱이란 평가다.
5개 중 가장 호평 받은 제품은 해태제과가 후속작으로 선보인 자가비 허니마일드(이하 자가비)였다.
허니버터칩의 맛을 구현했다는 스틱형 감자과자다. 허니버터칩과 유사하지만 덜 짜고 포실한 감자질감이 느껴져 더 담백한 느낌이다. 단점은 다소 비싼 가격으로 꼽혔다. 희망소비자 가격 기준으로 허니버터칩보다 용량이 5g 많은 대신 가격이 900원이나 비싸다.
권 기자와 강 기자는 한 개만 골라야 한다면 자가비를 구입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권 기자는 "'자가비 짭짤한 맛' 제품은 너무 짰는데 단맛을 가미해 단점을 보완했고, (5가지 제품 중) 가장 질리지 않는 맛"이라며 "기존 스틱형 감자과자들이 잘 부서지고 뻣뻣했다면 이 제품은 밀도 있는 식감이 좋다"고 설명했다.
농심이 허니버터칩의 대항마로 내놓은 수미칩은 허니머스타드를 표방하는 만큼 매콤한 맛에 초점을 맞췄다.
달짝지근하지만 싸한 겨자향이 뒷맛에 남는다. 겨자라기보다는 와사비향 같다는 의견도 있다. 물결무늬의 두꺼운 감자칩으로 식감도 다르다. 기존 감자칩에 질려 새로운 맛을 찾고 있다면 충분히 대체상품이 될 만하다는 평가다.
강 기자는 "감자칩의 짠맛과 단맛을 잘 조화시킨 것은 허니버터칩보다 수미칩이란 느낌"이라며 "양념이 강해 꿀의 풍미는 좀 덜하다"고 전했다.
허니통통은 허니버터칩의 자매품으로 달콤한 맛을 강화했다. 상대적으로 감자 함량을 낮춘 그물모양 스낵제품이다. 지난 5일 출시한 지 일주일 만에 초도물량이 매진, 매출 13억원을 올린 인기 제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네 명의 여기자의 별점 평균은 세 개에 못 미쳐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었다.
오리온의 포카칩 스윗치즈맛(이하 포카칩)은 다른 제품과 비교해 특징이 부각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었다. 단맛보다 짭짤한 맛이 강한 편이다. 오리지널맛 제품이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권 기자는 "치즈를 넣다 만 느낌을 줘서 경쟁사 제품과 나란히 비교했을 때 특별히 찾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감자과자 시장의 '달콤한 반란'이 앞으로도 지속될까. 각 기자들은 단 맛을 가미한 감자과자의 인기는 이어지겠지만 매진 행렬이 지속될 정도의 열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예측을 내놨다.
권 기자는 "허니버터칩의 아류작이 많이 나온 점만 봐도 자리는 이미 잡았다"면서 "달콤한 감자칩을 원하는 고정 수요가 있기 때문에 오리지널맛 감자칩(짭짤한 맛) 다음순을 차지하는 시장 구도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기자도 여기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꼬꼬면, 나가사키짬뽕 등 흰국물라면과 같이 인기가 금세 식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강 기자는 "호기심을 배제하면 고객들이 특별히 달콤한 감자칩을 찾을지는 모르겠다"면서 "불붙었던 인기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쉬운 점은 허니버터칩 등 달콤한 감자과자도 질소과자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박 기자는 "허니버터칩이 1500원이면 저렴한 가격은 아닌데 한 봉지를 금세 다 먹었다"면서 용량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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