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서구 열강 이기심이 빚어낸 '갈등의 땅' 중동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현대 중동의 탄생
데이비드 프롬킨 지음 / 이순호 옮김 / 갈라파고스 / 984쪽 / 4만3000원
데이비드 프롬킨 지음 / 이순호 옮김 / 갈라파고스 / 984쪽 / 4만3000원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은 전 지구적 문제가 됐다. 시리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던 IS는 지난해 이라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모술을 점령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엔 미국과 프랑스, 호주, 캐나다 등을 지목하며 정보요원, 경찰, 군인, 민간인을 죽이라고 선동했다. 각 국가들은 이들의 테러 위협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전부터 시작된 해묵은 문제다.
이렇듯 중동이 갈등의 땅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이 문제가 어디서 시작됐고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현 상황에서 즉각적인 해법이 나오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지만 천천히 ‘중동의 시작’으로 되돌아가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현대 중동의 탄생》은 제목 그대로 중동이 지금의 모습을 갖출 무렵 세계 외교사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심도 있게 분석한다. 미국 보스턴대 국제관계학과장과 국제관계 연구센터장을 지낸 노학자인 데이비드 프롬킨은 1914~1922년 사이에 벌어진 강대국들의 의사 결정 과정을 주목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 지금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중동 국가들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없던 나라다. 이들 나라가 있는 지역은 수백 년 동안 오스만 제국의 지배에 놓여 있었다. 1914년 발발한 1차 세계대전은 유럽뿐만 아니라 중동 역사도 바꿔 놓았다. 전쟁에 패한 오스만 제국이 멸망하면서 새로운 국가들이 탄생했다. 하지만 자유 의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종전 뒤 연합국이 내린 결정으로 세워졌다. 이런 ‘태생적 한계’는 끝없는 갈등의 씨앗이 됐다.
저자가 지목하는 중동 분쟁의 근원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는 1차 세계대전에서 이긴 서구 열강이 오스만 지배 아래 있던 지역을 해방시킨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것은 순전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한다. 영국은 인도와 이집트를 잇는 전략지로서 중동을 필요로 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영국과 식민지를 놓고 경쟁했다. 이런 열강들의 이권 다툼이 아랍어권 지역을 인종이나 종교, 현지인들의 바람을 무시한 채 불합리하게 갈라놓은 원인이었다. 이처럼 현대 중동 국가들이 만들어진 과정에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됐다.
저자는 “1914~1922년 사이 영국과 연합국이 취한 조치는 유럽의 중동문제만 종식시켰을 뿐, 중동의 중동문제는 오히려 새로 불거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영국은 1922년 무렵 여러 협상과 조약을 통해 중동의 자국 세력권에 나라를 세우고 국경선을 확정했다. 중동 민족들의 정치적 운명이 결정된 이 순간을 저자는 ‘1922년의 타결’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타결에 불만을 품고 뒤집으려는 세력까지 막지는 못했다.
저자는 20세기 초반의 국제 정세를 근원으로 하는 중동 문제들은 적어도 지금으로선 해법을 찾기가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한다. 10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증오가 희석되기보다 갈등이 학습되는 시기라는 설명이다. 중동은 우리에게 낯선 곳이지만 국제 정치와 사회 속에서의 갈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꼭 알아야 하는 지역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중동 지역의 정치적 나침반으로 읽기에 충분한 역작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com
이렇듯 중동이 갈등의 땅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이 문제가 어디서 시작됐고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현 상황에서 즉각적인 해법이 나오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지만 천천히 ‘중동의 시작’으로 되돌아가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현대 중동의 탄생》은 제목 그대로 중동이 지금의 모습을 갖출 무렵 세계 외교사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심도 있게 분석한다. 미국 보스턴대 국제관계학과장과 국제관계 연구센터장을 지낸 노학자인 데이비드 프롬킨은 1914~1922년 사이에 벌어진 강대국들의 의사 결정 과정을 주목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 지금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중동 국가들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없던 나라다. 이들 나라가 있는 지역은 수백 년 동안 오스만 제국의 지배에 놓여 있었다. 1914년 발발한 1차 세계대전은 유럽뿐만 아니라 중동 역사도 바꿔 놓았다. 전쟁에 패한 오스만 제국이 멸망하면서 새로운 국가들이 탄생했다. 하지만 자유 의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종전 뒤 연합국이 내린 결정으로 세워졌다. 이런 ‘태생적 한계’는 끝없는 갈등의 씨앗이 됐다.
저자가 지목하는 중동 분쟁의 근원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는 1차 세계대전에서 이긴 서구 열강이 오스만 지배 아래 있던 지역을 해방시킨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것은 순전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한다. 영국은 인도와 이집트를 잇는 전략지로서 중동을 필요로 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영국과 식민지를 놓고 경쟁했다. 이런 열강들의 이권 다툼이 아랍어권 지역을 인종이나 종교, 현지인들의 바람을 무시한 채 불합리하게 갈라놓은 원인이었다. 이처럼 현대 중동 국가들이 만들어진 과정에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됐다.
저자는 “1914~1922년 사이 영국과 연합국이 취한 조치는 유럽의 중동문제만 종식시켰을 뿐, 중동의 중동문제는 오히려 새로 불거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영국은 1922년 무렵 여러 협상과 조약을 통해 중동의 자국 세력권에 나라를 세우고 국경선을 확정했다. 중동 민족들의 정치적 운명이 결정된 이 순간을 저자는 ‘1922년의 타결’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타결에 불만을 품고 뒤집으려는 세력까지 막지는 못했다.
저자는 20세기 초반의 국제 정세를 근원으로 하는 중동 문제들은 적어도 지금으로선 해법을 찾기가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한다. 10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증오가 희석되기보다 갈등이 학습되는 시기라는 설명이다. 중동은 우리에게 낯선 곳이지만 국제 정치와 사회 속에서의 갈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꼭 알아야 하는 지역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중동 지역의 정치적 나침반으로 읽기에 충분한 역작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