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1고로에서 문성기 공장장(오른쪽)이 쇳물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 1고로에서 문성기 공장장(오른쪽)이 쇳물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용광로는 꼭 갓난아기 같아요. 잠시만 눈을 떼도 바로 탈이 나거든요. 이 아기를 돌본 지 30년이 됐습니다.”

지난 14일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소 1고로(高爐)에서 만난 정비 명인 김창오 총괄(55)과 제선 명인 조남홍 파트장(54)은 쇳물을 콸콸 뿜어내고 있는 고로를 아기에 비유했다. 24시간 정성껏 살피고 정비해야 1500도 쇳물이 멈추지 않고 잘 흘러나온다는 이유에서다.

포항제철소 제1고로는 한국인의 손으로 만든 최초의 고로이자 최장수 고로다. 그래서 ‘민족 고로’라고 불린다. 1973년 6월8일 준공 이래 지금까지 4750만t의 쇳물을 생산했다. 자동차 약 527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통상 고로는 13~15년을 사용하면 개보수해야 한다. 고열 고압의 환경 때문에 내화물이 마모되는 등 설비가 닳기 때문이다. 하지만 1고로는 두 차례 정비를 거쳐 40년째 쉬지 않고 있다. 문성기 1고로 공장장(49)은 “100세 노인이 청년들에 뒤지지 않을 만큼의 쇳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1고로의 건강 유지 비결은 제선 기술과 철저한 설비 관리, 열부하 관리 등 포스코의 특화된 관리 기술에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1고로 제선부는 기술 혁신을 통해 철피 온도나 열복사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열풍구를 감시할 수 있는 용광로용 CCTV를 제작해 수출하기도 했다. 문 공장장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뜨거운 용광로에 바친 정비 명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김 총괄과 조 파트장은 110m 높이인 고로를 하루에도 수차례 점검하는 한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용광로 상태를 실시간 점검한다.

첨단 설비를 갖춘 다른 고로에 비하면 1고로는 아날로그 방식인 데다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역사적 의미는 깊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영일만 허허벌판에 돈, 기술, 철광석, 석탄 등 제철의 4요소 하나도 없이 지은 최초의 제철소다. 여기서 나온 쇳물로 다리를 놓고, 자동차를 만들고, 배를 지었다. 모래바람으로 인해 밥과 모래를 함께 씹어 삼켜야 했던 315만4884명 건설 인력들의 땀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김창오 총괄은 “1고로가 있었기에 외국산보다 값싸고 질 좋은 철을 만들어 한국의 산업을 일으킬 수 있었고, 세계적인 제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며 “사명감을 갖고 기술 전수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포항=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