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공수특전여단의 흑표 농구팀 선수들이 삼일회계법인이 보수공사를 지원한 부대 체육관에서 연습에 앞서 농구공을 든 채 파이팅을외치고 있다. 김일규 기자
13공수특전여단의 흑표 농구팀 선수들이 삼일회계법인이 보수공사를 지원한 부대 체육관에서 연습에 앞서 농구공을 든 채 파이팅을외치고 있다. 김일규 기자
경기 파주에 있는 육군 2기갑여단의 현민 상병(23)은 입대 전 몇 차례나 대입 검정고시를 보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서비스업 분야 직장에서 일하느라 바빴던 데다 친구들과의 술자리 등 유혹이 많았다. 그는 지난해 초 입대한 뒤 같은 해 8월부터 부대 내 진중도서관에서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2기갑여단과 1사1병영 자매결연을 맺은 LG이노텍은 경기 파주시와 함께 2013년 4월 진중도서관을 세웠다. 현 상병은 저녁시간과 휴일마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은 끝에 지난해 11월 합격했다. 현 상병은 “부모님께서 정말 기뻐하셨다”며 “군대에 와서야 효도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역 후 조리대학에 입학해 요리사의 길을 걸을 계획이다.

국방부와 한국경제신문이 2012년 1월17일부터 추진 중인 1사1병영운동이 ‘밝은 병영’을 만드는 데 선봉장이 되고 있다. 지난 3년간 군부대와 기업들은 상호 협약을 맺은 뒤 다양한 협력활동으로 병영문화 개선에 힘써왔다. 부대에 실내체육관 등 문화·체육시설이 갖춰지고 장병 취업의 물꼬가 트이면서 사기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군의 평가다.

◆기업 덕분에 겨울에도 ‘운동 삼매경’

1사1병영운동은 장병들이 건강한 육체를 함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 중이다. 충북 증평에 있는 13공수특전여단 내 실내체육관은 매일 밤 홀로 밝은 빛을 낸다. 삼일회계법인이 2012년 바닥 우레탄 시공 등 보수 공사를 해준 뒤 존재가치가 커졌다. 지난해 10월 장교와 부사관, 병사 10여명이 모여 결성한 ‘흑표 농구팀’은 이곳에서 1주일에 두 번씩, 저녁에 모여 운동한다. 지난해 11월 청주시 생활체육대회에서 12개 팀이 참가한 직장부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농구팀 주장인 김응훈 상사는 “보수 공사 이후 야외 운동이 어려운 겨울철 저녁에도 편하게 운동할 수 있게 됐다”며 “심신을 단련하고, 팀원 간 전우애를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구뿐 아니라 배드민턴, 족구 등 운동을 하는 부대원도 많다. 이곳에서 지난해 12월 장병종합예술제가 열렸고 사병들이 외부 강사의 도움으로 ‘난타’ 공연도 선보였다. 구근영 공보장교(대위)는 “체육관 하나가 병영 문화 개선에 이렇게 많은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30사단과 결연을 맺은 고려아연은 부대 장병들의 체육 활동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풋살 경기장을 마련해줬다. 두 기관은 친선 축구 경기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이상현 공보장교(중위)는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모범 부사관과 그 가족들의 해외 연수도 지원받고 있다”며 “사기 진작은 물론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와 자긍심을 높이는 데도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1사1병영은 ‘취업 도우미’

유니온스틸(지난 1일 동국제강과 합병)은 일자리 제공을 통해 육군 2사단을 도왔다. 2012년 당시 장세욱 유니온스틸 대표(현 동국제강 부회장)는 1사1병영 결연을 맺으면서 “군 복무를 열심히 한 장병들을 특채하겠다”고 약속했다. 회사는 2013년 2사단 출신인 임지환 중위와 김태훈 중위를 ‘자매결연 장교 특별전형’으로 뽑았다. 임씨는 “2년여 동안 임무를 수행하며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임무의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요령 등을 익힌 것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7사단 전역 간부 4명을 6개월 동안 인턴사원으로 채용했다. 2012년 이후 인턴으로 뽑은 7사단 출신 장병은 12명에 달한다. 올해에는 인턴을 거쳐 정식직원으로 취직되는 사례가 나올 것으로 산업은행은 예상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2013년 6월부터 매월 전역을 앞둔 56사단 장병들을 서울 태평로 본사로 초대해 금융업계 취업에 대해 설명하고, 제대 후 재무설계에 도움이 되는 강의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800여명의 장병이 삼성생명을 방문했다.

한국무역협회도 지난해 6월 해군 2함대 모범 장병 11명을 초청해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했다. 장병들은 산업 시설과 전시회 등을 관람하고 전역 후 진로를 모색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3월 해군 1함대 군인 자녀 2명(대학생)의 교육비를 전액 지급하기도 했다. KB투자증권도 해군 제7기동전단에 꾸준히 위문품 등을 전달하고 있다.

파주=임도원/증평=김일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