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비스 '쇼크'…지배구조 개편株 동반 급락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1조3000억원어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이 불발됐다. 이 여파로 현대글로비스는 13일 하한가로 떨어지며 시가총액이 하루 사이에 1조7000억원가량 증발했다.

◆글로비스 지분 매각 불발 ‘후폭풍’

정 회장 부자는 지난 12일 장 마감 후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주식 502만2170주(지분율 13.39%)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팔려고 했으나 무산됐다. 매각 주식 수가 평소 거래량(5만주)의 100배에 달할 정도로 많았던 데다 매각 규모도 1조3000억원대에 달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43.39%에 달하는 정 회장 부자의 보유지분을 30% 미만으로 낮춰 일감 몰아주기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진한 거래였던 만큼 지분을 쪼개 팔 수 없었던 점도 물량 소화를 어렵게 했다.

정 회장 부자가 매각하려고 했던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이날 가격제한폭인 25만5000원으로 밀렸다. 정 부회장이 지분 매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모비스 주가는 11.55% 오른 26만5500원을 기록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하나

지분 매각이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판 돈으로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구도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인다는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주가가 관건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31.88%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현대모비스 주식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 합병을 통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오르고 현대모비스 주가는 떨어지는 편이 유리하지만 정반대로 움직이는 주가가 변수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시차를 두고 다시 블록딜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날 현대차그룹 대주주의 현대글로비스 일부 지분 매각 문제와 관련, “어떠한 경우에도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된다”고 밝히고 “우호지분을 포함한 지분율도 약 40% 이상으로 지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 회장과 정 부회장 지분에 일부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최대주주 지위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룹 지배구조 관련주도 ‘동반 급락’

현대글로비스 블록딜 실패 여파로 삼성SDS 등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관련주도 이날 6% 이상 급락했다. 삼성SDS는 8.65% 하락한 26만4000원에 마감했다. 기관이 1090억원, 외국인이 3억9000만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SK C&C와 제일모직도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도로 각각 7.04%, 6.44% 하락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SDS의 주식을 25.1%, 11.25%씩 보유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 C&C 주식 32.92%를 갖고 있다. 백재열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장은 “현대글로비스의 블록딜이 무산되는 것을 보고 ‘다른 그룹들의 지배구조개편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심리가 확산되며 매도물량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영효/임도원/황정수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