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6년 만에 최저치] 油價 하락에 기름 붓기…UAE "산유량 늘릴 것"
작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국제 유가가 12일(현지시간) 또다시 3~5% 급락했다. 이날 국내 원유 수입 물량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45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국제 원자재 가격에 큰 영향을 끼치는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부정적인 유가 전망이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

골드만삭스, 전망치 절반 수준 낮춰

골드만삭스는 이날 브렌트유 가격의 3개월 전망치를 평균 배럴당 80달러에서 42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당초 전망치보다 절반 가까이 낮춰 잡았다. 서부텍사스원유(WTI)의 3개월 가격 전망치도 배럴당 70달러에서 41달러로 내렸다.

이와 함께 올해 연간 평균 전망치를 브렌트유는 배럴당 83.75달러에서 50.40달러로, WTI는 배럴당 73.75달러에서 47.15달러로 수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유가 전망치를 낮춘 가장 큰 이유로 올해 상반기 국제 원유시장의 불균형을 꼽았다. 셰일가스에 대한 미국의 투자가 줄고 있지만 지금의 생산량이 감소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국제 유가가 상당 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저유가 압박에 문을 닫는 석유업체들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늘어나려면 유가가 오랫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며 “당분간은 비용 부담에 따른 감산을 기대하기 어려워 국제 원유시장의 큰 틀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이 때문에 원유시장의 초과 공급 사태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며 내년 유가 전망치도 낮췄다.

WTI는 기존 전망치에서 15달러 내린 배럴당 65달러, 브렌트유는 20달러 내린 70달러로 조정했다.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도 올해 WTI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65달러에서 51달러로, 브렌트유는 배럴당 75달러에서 55달러로 내다봤다. 마이클 위트너 소시에테제네랄 에너지부문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상반기 국제 유가는 더 하락할 것”이라며 “1분기 하루 원유 생산량은 160만배럴에 달하고, 2분기에는 하루 170만배럴씩 생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비용 압박으로 미국에서 폐쇄되는 유정이 늘고 있지만 원유 공급에 영향을 줄 정도의 속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라고 전했다. 원유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지난주 미 유정은 61곳이 폐쇄돼 1991년 이후 20여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으나 여전히 가동 중인 유정 수가 많아 공급에는 차질이 없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원유 초과 공급 규모가 100만배럴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 “감산 안한 건 점유율 유지 위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생산량이 많은 아랍에미리트(UAE)가 생산능력 증대를 위한 투자 계획을 유지하겠다고 재확인한 것도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UAE가 글로벌 원유 공급 과잉에도 불구하고 장기 원유 생산량 목표치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UAE는 2017년까지 하루 원유 생산량을 350만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UAE는 지난달 하루 평균 270만배럴을 생산했으며 하루 최대 300만배럴을 생산할 수 있다. 수하일 알 마주루에이 UAE 에너지부 장관은 “국제 유가가 이처럼 불안정할 때는 장기 생산 목표에 충실한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배럴당 100달러 유가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왈리드는 이날 폭스비즈니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원유 공급이 줄어들고 수요가 회복되면 유가가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100달러 유가는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산량을 줄이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만일 사우디가 생산량을 100만~200만배럴 줄였다면 다른 국가가 그만큼 생산했을 것”이라며 “감산에 나서지 않은 것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현명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