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호 농심 회장(사진)은 요즘 기술개발팀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쓴다.

신 회장은 “경쟁사와의 연구개발(R&D) 역량 경쟁에서 절대 뒤지지 말라”고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신 회장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기술은 라면의 면발이다. 그는 “스프로 차별화된 국물 맛을 낸 신라면과 안성탕면이 지난 50년간 회사를 키워왔다면 미래 50년은 제면 기술이 좌우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농심이 13일 출시한 우육탕면은 신 회장의 이 같은 의지가 담겨 있는 제품이다. 농심이 내세우는 우육탕면의 핵심은 면발이다. 이 제품에 사용된 면발은 3.2㎜로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라면 중 가장 굵다. 일반 라면의 두 배이며, 기존 굵은 면발의 대표 제품인 너구리보다 1.5배가량 두껍다. 심규철 농심 면마케팅팀장은 “농심 고유의 제면 기술을 적용해 면발을 굵게 만들면서도 단시간 내 익힐 수 있도록 했다”며 “겉은 부드럽고 속은 쫄깃한 두 가지 식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팀장은 “자체 실험 결과 라면이 퍼지는 정도를 측정하는 ‘식품 물성 실험’에서도 일반 면보다 두 배 이상의 시간 동안 탄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가격은 판매처에 따라 960~1200원 선으로 정했다. 신라면, 안성탕면보다는 비싸지만 프리미엄 제품인 신라면 블랙보다는 싼 가격에 판매할 방침이다.

농심은 올해 우육탕면으로 500억원의 매출을 올려 국내 전체 라면 브랜드 중 10위권에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회사의 마케팅 역량을 우육탕면에 쏟기로 했다.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한 광고도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 성과를 지켜본 뒤 해외진출 전략도 짤 예정이다. 심 팀장은 “우육탕면에 적용된 제면 기술은 라면 종주국인 일본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라며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단일 품목으로 연간 80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신라면 같은 메가 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농심의 신제품이 라면 시장 판도에 어떤 변화를 줄지 주목하고 있다. 농심은 1985년 라면 시장 1위에 오른 뒤 신라면과 안성탕면을 앞세워 점유율을 늘려왔지만 최근 주춤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반면 2위인 오뚜기는 진라면의 맛을 개선한 뒤 야구선수 류현진을 내세운 광고로 농심을 추격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농심은 1986년 나온 신라면을 이을 메가 히트 상품을 출시하지 못했다”며 “이번에 야심차게 내놓은 우육탕면의 판매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