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13.4% 매각이 불발됐다.

13일 현대차그룹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 부자가 추진했던 글로비스 지분매각이 불발됐다. 시가 대비 7.5~12%라는 높은 할인율을 적용했지만,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큰 물량이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 부자는 전날 장 종료 후 이번 매각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분매각 재개 여부는 현재로서는 계획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이번 매각이 무산됐지만 업계에서는 정 회장 부자가 매각 작업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분매각을 통해 총수일가 지분 30% 이상(비상장사 20%) '계열사 일감몰아주기'의 대상을 회피하겠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무엇보다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이번 매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총수일가는 현대모비스 보유지분을 통해 현대차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사실상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룹을 승계해야할 정의선 부회장은 모비스 지분이 없고, 승계작업을 위해 이번 매각자금으로 모비스 지분을 확대할 것으로 관측됐었다.

정 회장 부장의 이번 매각 성사시 들어오는 자금은 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규모가 비슷하다. 때문에 현대제철 보유지분을 사오는 안이 유력하게 예상됐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매각 시도의 높은 할인율에서 알 수 있듯이, 정 회장 부자의 매각 의지는 매우 강하다"며 "승계 및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매각 시도가 재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