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공약이었던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설치가 사실상 좌초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2대 핵심 법안이 모두 ‘공전(空轉)’하고 있다.

국회는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제정을 놓고 2~3년 전부터 논의해왔다. 금융감독원에서 금소원을 분리(금융위 설치법)하고 소비자에 대한 금융회사의 과도한 소송 제한 등(금소법)을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법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법안 통과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금소원 분리 출범 물 건너가나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시국회 종료 하루를 앞두고 열리는 12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소원 설치를 위한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안건에 포함되지 못했다. 금소원은 금융소비자 보호 수준을 높이기 위해 상품 판매 인허가에서 소비자 분쟁 조정까지의 전 과정을 다루는 신설 기구다.

박근혜 대통령은 금소원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 이후에도 공식적으로만 열 차례 가까이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2012년 정부 입법이 처음 나온 이후 3년째 ‘지지부진’이다.

이유는 여야가 기능, 인사·예산권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단순히 금감원에서 금소원을 분리하는 형태가 아니라 금융위원회처럼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만든 뒤 그 아래에 금소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국회가 금소위 위원 추천권과 예산권을 보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금소원 이관도 요구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야당 주장은 정부조직법을 개편해야 하는 큰일인 데다, 인사권을 국회가 가지면 정치적 논란이 일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만약 금소위를 둔다면 감독규정 재·개정권을 줄 수 있다고 물러섰지만 야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소원 설치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방법을 놓고 타협이 불가능할 정도로 시각차가 크다”며 “금소원은 사실상 무산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금소법도 과잉입법 논란에 표류

금소법도 2013년 3월 제정안이 나온 뒤 2년째 ‘허송세월’이다. 금소법은 소송중지제도와 조정이탈금지제도 도입 등이 핵심이다. 분쟁조정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금융회사에 소송 제기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정 다툼 시 상대적으로 불리한 소비자를 위해 금융사의 ‘소송 공세’를 막겠다는 취지다.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도 포함돼 있다.

여야는 최근 관련 공청회 개최에 합의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법을 새로 만드는 것인 만큼 쟁점은 많은 반면 논의는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금융회사들의 반발이 크다.

이에 따라 금소법에 들어 있는 금융상품자문업 도입 등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상품 자문업과 ‘온라인 슈퍼마켓’ 도입 등이 금소법에 포함돼 있는데, 법 제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서/장창민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