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물려줄 주식 60
요즘 몇 년씩 주식을 들고 있는 장기 투자자는 ‘호갱(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 소리를 듣는다. 과거 증권사 리포트에 종종 언급됐던 ‘자식에게 물려줄 주식’이란 표현도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3년 넘게 1900선 안팎의 박스권에 머물고 있어서다. 물가상승률과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평균적으로 매년 손실을 본 것이다.

그러나 장기 투자의 장점이 지나치게 평가절하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년 두세 배 오르는 종목을 찾긴 어렵지만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오르는 ‘우보천리(牛步千里) 종목’은 얼마든지 발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플러스 수익을 낸 종목은 우선주 9개를 포함, 60개 종목으로 나타났다. 2009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상장사 1800여개와 비교하면 3% 남짓이다. 이들 60개 종목은 유·무상증자나 액면분할 등을 고려해 산출한 수정주가를 기준으로 볼 때, 지난 6년간 평균 7.11배 올랐다.

60개 종목 대부분은 중소형주였다. 길게 보면 대형주 주가가 좋을 것이라는 통념과 정반대 결과다. 삼립식품(6년간 주가 22.02배 상승)처럼 슈퍼마켓에서 늘 볼 수 있는 소비재 기업이 대부분 선전했다. 국내 제약용 캡슐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는 서흥(9.78배 상승)처럼 틈새시장이지만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가진 업체들도 주가가 탄탄하게 올랐다.

자산과 배당 관련 지표가 우수한 종목도 장기 성과가 좋았다. 건물이나 땅 등을 많이 보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인 고려산업(5.61배 상승)과 같은 자산주는 약세장에서 뛰어난 방어력을 보였다. 우선주와 고배당주 주가도 매년 꾸준히 올랐다. 배당수익률이 5%대인 진양폴리(5.23배 상승)가 대표적인 경우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