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 앞다퉈 핀테크 시장 진출
핀테크산업 진출 선언한 SK·네이버·다음 등 '환영'
법개정만으론 '도약' 한계…은행·증권 등 참여 절실
‘핀테크 혁명’의 목표는 휴대폰을 통해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04년 알리페이라는 모바일 결제 회사를 설립한 알리바바는 2012년 자산운용상품 ‘위어바오’를 선보였다. 가입자가 9000만명에 달한다.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핀테크 분야 투자가 많은 지역이 금융회사가 몰려 있는 뉴욕이란 점은 의미심장하다. 신·구 금융의 결합이 한창이라는 얘기다.
한국 핀테크 산업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를 떼고 있다. 벤처펀드 규모는 12조원에 달하지만 핀테크 기업에 투자한 사례는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가 창조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만든 성장사다리펀드조차 핀테크에 적용되는 기술을 개발한 기업 2~3곳에 투자했을 뿐이다.
가장 큰 난관은 규제 ‘대못’이다. 중소기업창업지원법상 핀테크가 ‘투자 제한 업종’인 금융·보험업에 속한 탓이다. 이로 인해 창업지원법에 근거해 조성된 6조2374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는 핀테크 투자가 막혀 있다. 30년 전(1986년)에 만든 낡은 규제가 신기술 혁명의 진전을 가로막아온 것이다.
○벤처기업에 자금 숨통
중소기업청은 ‘핀테크 대못’ 같은 사례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창업지원법 시행령 10조(창업투자회사의 행위 제한)에 ‘신산업 중 중소기업청장이 정하는 업종은 투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조항(5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핀테크를 포함해 앞으로 나올 신산업을 ‘중기청 고시’를 통해 그때그때 넣어 벤처펀드 지원을 못 받는 일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엔젤투자협회 관계자는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려다 법에 가로막혀 있다며 항의하는 엔젤투자자들의 전화를 수십통 받았다”며 “규정이 바뀌면 정부 자금과 엔젤투자자가 공동으로 출자해 조성하는 엔젤매칭펀드에서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기업은 대부분 창업 초기 단계”라며 “벤처펀드 자금이 이들 초창기 벤처기업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대기업·금융회사 동참이 ‘관건’
전문가들은 법 개정만으로 국내 핀테크 산업이 도약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근거해 설립된 벤처펀드(5조8338억원 규모)는 창업지원법에 근거한 벤처펀드와 달리 핀테크 투자에 제한이 없지만 이마저도 투자가 드문 실정이다. 대형 벤처캐피털은 정보기술(IT) 등 검증된 산업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핀테크 혁명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국내 은행, 증권, 운용사들의 참여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KT,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핀테크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국내 기업들도 창업투자자금의 핀테크 유입 물꼬를 터주는 조치에 환영했다. 다만 “정부와 연기금에서 출자받아 조성한 벤처펀드들과 공동 투자를 할 수 있어야 기업 입장에서도 핀테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동휘/오동혁 기자 donghuip@hankyung.com